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상)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4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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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 위해 헌신
꿈에서 만난 예수님 뜻 따라 낙후된 伊 남부 농업지역서 고아들 돌보는 활동으로 시작

성 알폰소 마리아 푸스코 신부.

“알폰소! 어린 고아들을 돌보는 수녀회를 설립해라. 터는 이미 준비돼 있다.”

성 알폰소 마리아 푸스코 신부는 신학생 시절 꿈속에서 예수님을 만나 수도회를 세우라는 명을 받았다. 이 명을 간직하고 사제가 된 푸스코 신부가 설립한 수도회가 바로 ‘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다.

1839년 이탈리아의 남부지방 앙그리에서 태어난 푸스코 신부는 앙그리의 가난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왔다. 앙그리는 공장이 많아 산업이 발달했던 이탈리아 북부와 달리 농업지역으로 대부분의 부모들이 들판으로 일을 나가야 했다. 아직 공교육이 없었기에 아이들은 방치됐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와 불량한 일에 빠지기 일쑤였다. 앙그리에도 사제들은 있었지만, 아이들은 사제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푸스코 신부는 신학생 시절부터 방학이면 아이들을 돌보곤 했는데, 꿈속에서 만난 예수님의 지시에 용기를 얻고 더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푸스코 신부는 1863년 사제가 되면서부터는 자신의 집에 공부방을 열어 거리의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고, 나아가 미사에 참례하고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푸스코 신부는 특히 극심한 빈곤 속에서 일하며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 농부들, 보잘 것 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고, 모든 이들에게 올바르고 정의롭게 살도록 가르쳤다.

푸스코 신부는 수도생활을 갈망하던 막달레나 카푸토와 3명의 지원자를 만났고, 이들과 함께 낡은 집에서 1878년 9월 26일 세례자 성 요한 수녀회를 설립했다. 꿈속에서 받은 예수님의 명을 지켜낸 것이다.

수녀회는 수도자들이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다. 그럼에도 푸스코 신부는 “이 수도회는 하느님의 것이고 나는 그분의 일꾼”이라며 수녀들과 함께 기쁨에 차 활동했다. 그는 “여러분은 거룩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여기 모였고, 이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라며 “생활 안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매일 살아갈 것과 순명과 노동, 기도생활”을 강조했다.

그런 푸스코 신부의 영성에 따라 고아들을 돌보며 하느님과 일치하는 삶을 갈망하는 지원자들이 날로 늘어났고, 고아들의 수도 늘어났다. 푸스코 신부는 수녀들을 교사로 양성하고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학교를 세웠고, 청소년들을 위해 직업 기술학교도 운영했다. 또 인쇄소를 통해 신심서적과 기도서, 가톨릭교리 보급에도 힘썼다.

푸스코 신부는 1910년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의 무익한 종이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선종했다. 푸스코 신부의 성덕은 잠비아 어린이 제솜 기즈마에게 치유의 기적을 일으켰고, 이에 2001년 시복식이, 2016년에는 시성식이 거행됐다. 푸스코 신부의 영성은 오늘날 세계 18개국에서 활동하는 수녀회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편교회가 공경하는 성인인 푸스코 신부의 삶과 영성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이기도 하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