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생명위원회 생명수호 수기 공모 당선작 소개(하) - 3.4㎏입니다!(생명수호상)

임민아(가타리나·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5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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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지켜보시며 끊임없이 사랑 주시는 하느님

교구 사회복음화국 생명위원회(위원장 김창해 신부)는 생명수호와 생명문화 증진을 위해 교구 전 신자 대상 ‘2021년 생명수호 수기 공모’를 실시하고 지난 7월 25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아이는 선물입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특별하며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사랑의기쁨」170항)를 표어로 한 공모에서는 임신·자녀 출산 등을 통한 생명의 신비와 선물로서 주어진 생명에 대한 기쁜 체험이 주제로 다뤄졌다. 당선 수기 중 ‘생명기쁨상’과 ‘생명수호상’ 수상작 두 편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예정일은 아직 2주나 남았는데 뱃속 아기는 벌써 다 큰 것 같았다. 이대로 아기가 계속 자란다면 예정일에는 4㎏이 넘을텐데, 자연분만이 가능할까. 그래 인제 그만 나오라고 하자.

병원에서 아기 몸무게를 듣고 아기 낳을 준비를 했다. 온 집안을 정리하고 이사 후 정리 못 했던 그릇들까지 정리를 시작했다. 오후에 시작한 집안 정리는 밤 12시까지 이어졌고, 그제야 잠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 2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깼는데 뭔가 왈칵 쏟아졌다. 양수가 터진 것이었다.

둘째는 수월하게 낳는다는 말에 별걱정 없이 갔는데, 첫째 낳을 때보다 내 나이가 네 살이나 더 늘었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째보다 빠른 진통이 올 거라면서 무통 주사도 놓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주어야 하는 순간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결국 온 얼굴의 핏줄이 터질 때까지 힘을 줘서 둘째를 만났다. 정말 3.45㎏. 예정일까지 기다렸다면 큰일 났겠다 싶었고 내 선택이 옳은 줄 알았다.

출산 후 아기를 검진한 의사가 부르기에 별걱정 없이 갔는데,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네요. 큰 병원으로 가보시는 게 좋겠어요”라고 했다. 심장에 구멍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언니가 주변에 있었던 터라 크게 걱정은 안 하고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괜찮겠지 생각했다. 아기 낳은 지 3일 만에 심장전문의를 찾아갔다. “현재 아이의 심장에 구멍이 두 개가 있는데 위치가 애매해서 수술을 하면 두 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너무 어리니 일단 지켜보지요.”

의사 말에 “내가 너무 일찍 나오게 해서 아직 심장이 다 안 큰 걸까? 임신 기간 중 먹기 싫다고 제대로 안 먹어서 심장이 제대로 못 큰 걸까?” 싶었다. 심장병 관련 온갖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읽고, 울기만 했다. 설소대가 짧다고 해서 설소대 자르는 시술도 했다. 전부 내 탓 같았다. 둘째 낳으면 첫째를 외롭게 하지 말자는 다짐은 사라지고 둘째만 안고 있는 나날이 이어졌다.

아기를 낳기 한 달 전까지 일을 했던 터라 마음에 여유가 없던 때, 본당 구역에서 찾아온 적이 있다. 잠깐 집에 들렀을 때 찾아오셔서 부담스러운 마음에 “저 지금 나가야 해서요”라며 문전 박대를 했었다. 그런데 가장 힘든 시기를 어떻게 아신 건지, 아이가 30일쯤 되었을 때 다시 방문해 주셨다. 그리고 나도 문을 열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방문은 하느님 뜻이셨던 것 같다. 냉담 중이었던 나는 그날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고, 아들들은 세례를 받았다. 신랑은 예비자교리를 신청했지만,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세례를 받지 못했다. 나는 열심히 레지오 활동을 하고, 봉사를 시작했다. 둘째를 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늘 기도가 터져 나왔다. 모유를 주면서도 “하느님~ 이 모유가 우리 아이 심장 구멍을 막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늘 아이를 안고 심장 구멍이 막히는 상상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런 기적이 또 있을까?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희망적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태어난 지 1년이 되던 날, 소아과에서는 심장 잡음이 안 들린다고 했다. 초음파를 보는 날, 정상 심장 소견서를 받았다. 기도의 힘과 하느님의 사랑이었다. 제일 힘든 순간 다시 찾아와주신 하느님이셨고 힘든 순간 함께해 준 교우들 덕분이었다.

둘째를 낳고 23개월 뒤 셋째가 태어났다. 셋째 역시 심실중격 결손을 안고 있었다. 둘째에게서 기적을 체험했기에 당연히 걱정도 안 했다. 병원에서도 셋째는 돌이 되면 막힐 거라고 했다.

셋째를 낳고 새로 이사한 아파트 지역에는 공소만 있었다. 유아실이 없는 공소에서 아들 셋을 데리고 미사 참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 다니던 본당에 아들 셋을 데리고 갔는데, 미사 참례를 하는 건지 다른 신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지 미안한 마음이 컸다. 못 다니겠다는 핑계를 만들었고 서서히 냉담하게 됐다. 돌이 되면 막힐 거라는 셋째의 심장은 8살이 되어서야 막혀 정상 심장 판정을 받았다.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겠지’ 싶었다.

현재 첫째 아들은 중3, 둘째 아들은 초5, 셋째 아들은 초3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으로 이사 온 지 3년째. 이사 오자마자 다시 성당에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역시 공소 지역이다. 핑계지만 ‘성당 생기면 다시 가자’고 마음먹었다. 이후 우연히 살고 있는 곳에 성당이 건립된 걸 알았다. 남편한테 이야기하니 바로 가자고 했다. 그날 남편은 예비자교리를 시작했다. 남편이 세례명을 받던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감사할 줄 모르는 나를 주님은 너무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요한 순간에만 기도하고, 필요한 순간에만 믿음을 이용하는 나를, 주님은 계속 바라보시고 인도하시고 가정을 지켜주시려 준비하고 계셨음을 느꼈다.

둘째를 낳고 겪었던 힘겨움을 누군가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 간절하게 기도해보라’고, 그러면 ‘분명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간사한 인간이기에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돌아서고 이기적으로 살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계속 지켜보시며 끊임없이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신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나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이 있기에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도 기도하고 반성하고 내 안의 주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임민아(가타리나·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