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신앙의) 사춘기 / 함상혁 신부

함상혁 신부(제1대리구 공도본당 주임)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4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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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중2병’이라고 하는 독특한 단어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즈음에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다고 해서 이런 명칭이 생긴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중2병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라고 합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면 부모와의 갈등도 많고 심한 경우 가출이나 폭력이 발생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아주 심하게 사춘기를 지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용히 지나간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춘기를 조용히 지나가서 그랬는지 요즘 다시 사춘기가 찾아온 느낌입니다. 그냥 사춘기가 아니라, (신앙의) 사춘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보통 사춘기가 되면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믿어왔던 것들이 다 틀린 것 같고 부모에게도 반항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전혀 의심(?) 없이 믿어왔던 것들이 약간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부활 시기를 지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활이 정말 있는 것일까?” 아! 교우들이 부활을 믿지 못하면, 믿도록 이끌어야 할 제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요. 좀 한심합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25-26)라고 하셨습니다. 믿어야 살고 안 믿으면 죽는 것인데 저는 이제 죽을 일만 남은 것입니다. 어서 마음을 고쳐먹어야 할 텐데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인터뷰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스티븐 호킹은 2011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후세계나 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꾸며낸 ‘동화’에 불과하다.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뇌가 깜빡이는 순간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에 맞서 교회를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의 길을 가고 있으니 저는 아마 두 번 죽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찾아온 사춘기, 신앙의 사춘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어렸을 때 일이 기억이 납니다.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아침에 학교를 가는데 분명 날이 화창합니다. 그래서 그냥 가려고 하면 엄마는 꼭 우산을 가지고 가라고 합니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비가 올 리 없으니까 그냥 가려고 하면 우산을 챙겨줍니다.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서도 ‘설마 비가 오겠어?’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신통력이 있나 봅니다. 귀신같이 비가 옵니다. 엄마 말을 안 들었으면 비를 왕창 맞고 올 텐데 말을 들으니까 고생을 안 합니다.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의 말씀은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틀린 것이 없으니 진리인 것입니다. 우리의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 틀릴 리가 있겠습니까?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굳게 믿어 보렵니다.

함상혁 신부(제1대리구 공도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