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제2대리구 범계본당, SNS로 초대하는 ‘릴레이 성경통독’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12-17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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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성경통독하며 신앙생활 활기 찾았어요”
비대면 일상화된 상황에서 자기주도적 영성생활 도모
말씀 가까이하며 서로 소통

정성진 신부(오른쪽)와 김영선 교육분과장이 덕분에 성경통독 지역별 현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당신 덕분에, 당신이 초대해 줘서 성경을 통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2대리구 범계본당(주임 정성진 신부) 5개 지역에는 지난 7월 26일부터 ‘덕분에 성경통독’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신앙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이 운동은 지역 신자들이 전화나 SNS로 다른 신자를 초대해 사도행전, 서간, 요한 묵시록을 릴레이식으로 읽어나간다.

‘덕분에 성경통독’은 정성진 주임신부가 시작했다. 소공동체위원장을 초대해 통독 부분을 알리고 그다음 부분을 읽고 싶은 분량만큼 이어서 읽도록 했다. 계속해서 소공동체위원장은 동시에 5개 지역장들을 초대하고 지역장들은 지역 신자를 초대해 갔다. 초청된 이는 한 구절이 되든 한 페이지가 되든 읽고 싶은 대로 말씀을 마주하면 된다. 그래서 부담 없이 성경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끊이지 않도록 지속해 가는 것이 관건이다. 만약 초대된 사람이 개인 사정으로 읽을 수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을 다시 지목하는데, 반드시 ‘읽겠다’는 응답을 확인해야 한다. 지역장들은 관리자를 선임해 지역 신자들이 어디까지 읽었고, 현재 누가 읽고 있는지 파악한 후 매주 교육분과장에게 알린다. 이 현황은 성당 입구 게시판에 공지되고 있다.

운동은 9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본당은 기간 중 범위를 다 읽으면 몇 번이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도록 권고하고 있다.

‘덕분에 성경통독’이 추진된 계기는 코로나19라 할 수 있다. 신앙생활의 토대이며 정점인 미사 전례와 성사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대면 미사가 거행되더라도 거리두기에 따라 미사참례 인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실천해 나가는 자기주도적인 비대면 영성생활이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고민에서 나왔다.

마침 10월 10일 제25차 교구 성경잔치 참여 준비가 맞물리면서 본당은 성경잔치의 중심 성경 본문으로 통독 범위를 정하고 전 공동체가 본격적인 말씀 읽기에 돌입했다.

교육분과장 김영선(실비아)씨는 “성령이 임하신 듯 전 지역에 성경읽기 열기가 뜨거워지며 코로나19로 웅크리고 있는 신자들이 말씀으로 위로를 느낀다”며 “3지역 경우 이미 사도행전에서 묵시록까지 네 번이나 통독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전년도에 비해 성경잔치 프로그램 참가 신청도 늘었다. 김씨는 “성경통독 운동의 긍정적인 여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자들이 서로를 초대하며 말씀을 읽는 과정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안부를 묻고 나누는 것과 함께 지역 내 드러나지 않는 신자들을 이끌어내는 기회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당은 이 운동에 이어 신구약 성경 전체를 통독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특히 2023년 본당 설립 2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전 신자 필사 운동도 진행하며 ‘말씀’을 중심으로 은경축 준비를 해 나갈 예정이다.

정성진 신부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왕래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예수님께서 홀로 외로이 기도하신 외딴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덕분에 성경통독’으로 하느님 말씀이 공동체 안에 잘 스며들기를 바라며, 코로나19로 생긴 새로운 일상인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자기 주도적인 영성생활을 만드는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