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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 (7)성인기- 가족이 함께 떠나는 피정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8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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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서 더 몰랐던 가족, 하느님 안에서 사랑하는 법 배워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바치는 기도 가족의 힘과 정서적 일치감 높여 내적 힘 토대로 삶의 에너지 충전
하느님 현존 느끼며 나누는 대화 서로에 대해 깊이 알도록 이끌며 사랑 나누는 존재로 성장시켜

‘가족이 함께 떠나는 피정’ 또한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 중 하나다. 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남녀는 배우자와 함께 피정을 떠남으로써 그 가족은 가정 안에 사랑을 재충전할 수 있고 생명의 소중함도 재인식할 수 있다.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 기획 이번 편에서는 가족 피정이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에 중요한 이유와 해당 문화 형성을 위해 현재 찾아갈 수 있는 피정 장소들을 살펴본다.

■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에 도움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Intrate Toti), 홀로 머물러라(Manete Soli),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라(Exite Alii).” 윤리 신학자들의 수호성인이자 묵상집 「영원한 기쁨」으로 저명한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은 피정에서 필요한 실천 자세를 이 세 문장으로 함축해 표현했다. 일정 기간 일상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기도와 묵상, 성찰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일을 뜻하는 피정이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쇄신’할 수 있는 기회임을 잘 드러내 주는 문구다.

실제 알폰소 성인의 이 말처럼 개인 쇄신을 촉진하는 피정은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주효한 역할을 한다. 피정에서 하느님과 만나고 자신을 돌아본 사람들은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정립해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충만한 사랑을 가족에게 나누고 하느님 말씀을 따르는 길을 택하며 보다 돈독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피정 중에는 자연과 침묵 속에서 주로 기도하고 산책을 하는데, 이때 신자들은 자신이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는 사실과 함께 기쁨을 느끼며 인간 생명, 나아가 울창한 숲과 지저귀는 새 등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일상에서와 달리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주교회의는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58항에서 사목자가 할 혼인 교육 중 하나로 ‘약혼자들을 위한 피정’을 언급하고 있다. 곧 가정을 꾸려 나갈 ‘약혼자들이 기도 안에서 주님과 만남을 통해 초자연적 생명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기도 체험’으로서 피정을 권고한다.

■ 가족 함께 떠날 때 더 효과

이러한 피정은 가족이 함께 떠날 때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정은 인간 생활의 기본 바탕이자 신앙의 요람으로, 사랑과 생명의 복음을 포함한 가정 안에서의 신앙 교육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하는 삶과 시간 속에서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서다. 주교회의도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52항에서 이 같이 밝히며 “부모들이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녀들과 단란하게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자연 속을 거닐며 대화를 나눌 때에 자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굶주림을 채워줄 뿐 아니라 신앙심을 키워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같은 교서 60항, 63항에 걸쳐 주교회의는 “가정 사목에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교회가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부부만 참여하거나 자녀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신앙 때문에 동시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피정의 주를 이루는 기도와 관련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가정 교서」 4항에서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마태 18,20)이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기도는 성자께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도록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또 “기도는 가정이 하느님의 ‘힘’을 나누어 받도록 도와줌으로써 가정의 힘과 정신적 일치를 증대시켜 준다”고 밝히고 있다.

10년 넘게 가족 피정 등을 지도해 온 ‘상지피정의 집’ 관장 홍성임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며 “이전까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밤에는 촛불 예절을 하면서 가족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가족 피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수녀는 “가족이 하느님을 모실 때 우리는 놀라운 내적 힘을 느끼며 삶의 힘을 받고, 친교의 시간을 가지며 서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피정”이라며 “피정에서 느낀 사랑은 넘치면 주위에 자연히 전달되고, 그렇게 가족이 함께하는 것 자체가 생명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 갓등이피정의 집에서 열린 수원교구 쉼과 영성 피정 중 가족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전주교구 나바위 피정의 집에서 열린 가족피정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안수 기도를 하고 있다.

공세리 피정의 집 가족피정에 참가한 한 가족이 성지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코로나19 방역 수칙 지키며 찾을 수 있는 피정 장소들

그렇다면 가정 내 사랑을 키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가족이 찾을 수 있는 피정의 집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현재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대부분 피정의 집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지만, 몇몇 곳에서는 정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인원을 제한해 가족 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오상영성원’(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033-673-0035)에서는 가족이 피정할 수 있는 펜션형 단독 주택을 마련해 두고 있다. 피정 지도가 이뤄지진 않지만, 자연 속에서 기도하며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4인 이하 가족만 이용할 수 있다.

경남 고성에 위치한 ‘고성 성심의 집’(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 055-673-5463)에서는 9월부터 가족 피정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탓에 피정의 집이 제공하는 가족 피정 프로그램은 중단됐지만, 바다와 산을 접하며 머무르는 가운데 가족이 함께 묵상하고 하느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성 성심의 집도 4인 이하 가족만 이용 가능하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의 ‘까리따스 피정의 집’(033-638-4004)에는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별관 ‘행복한 집’이 있다. 피정의 집 바로 앞에는 탁 트인 푸른 동해가 있어 창조의 신비를 깨닫고 생명의 소중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4인 이하 가족 피정만 허용된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