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대표적인 마라토너가 등장합니다. 바로 ‘바오로 사도’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2티모 4,7)라는 고백처럼 바오로 사도는 세상 끝까지 달려가 기쁜 소식을 전한 마라토너 선교사였습니다. 저도 바오로 사도처럼 숨이 다할 때까지 달릴 것입니다.”
김 신부는 미국 클리블랜드 유학 시절인 2005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미식축구나 농구보다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기에 마라톤을 택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입니다”라는 이레네오 성인의 말씀을 접하면서 김 신부에게 달리기란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었다.
특히 2005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봉사활동에서 ‘사라’를 만난 이후부터, 김 신부의 달리기에는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사라와 같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것이 달리기뿐 아니라 사제로서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한 소녀를 만났는데, 그 눈빛이 너무 무겁고 슬퍼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소녀를 사라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사라는 마다가스카르어로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그때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사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배고픈 사라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신부는 뜻 있는 사람들의 후원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한다. 대회마다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고, 후원금은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지난해 ‘살아있는 사람16’으로 출전한 대회까지 누적 참가·후원자는 1146명, 누적 후원금액은 1억6300만 원이 됐다. 후원금은 마다가스카르에 보내오다, 10년 전부터는 볼리비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들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