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함께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돕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잠비아에 왔습니다. 좀 더 젊을 때 이곳에 오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잠비아 은돌라교구 외딴 지역인 버남꾸바 마을의 유일한 외국인인 김한기 신부. 그 마을에서 김 신부는 ‘파더 킴’이라 불린다. 마을을 지나는 그에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은 김 신부가 건넨 사탕 하나, 동전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어려운 환경 속에도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들을 보며 김 신부도 하느님의 사랑과 행복을 매일 발견하고 있다.
김 신부가 잠비아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17년이다. 만 64세,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사제의 선택은 아프리카에서의 선교였다.
“사제가 된 후로 줄곧 본당에서 사목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교포사목도 하고 교구 사목국장도 역임했죠. 한국에서는 사제로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으니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어요. 가난하고 척박한 곳에서 하느님을 찾는 이들과 함께하면 어떨까 했고,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선교 사제의 꿈을 다시 꺼내게 된 거죠.”
2016년 원주교구를 방문한 잠비아 은돌라교구장 알릭 반다 주교가 선교 사제 파견을 제안했고, 당시 평창본당 주임이던 김 신부는 해외선교에 자원했다. 그렇게 이듬해 9월 도착한 버남꾸바 마을. 제대로 된 수도시설도 없이 황무지에 세워진 성 마티아스 물룸바 공소에 파견됐지만, 김 신부의 가슴은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했다.
“버남꾸바 마을에 있는 시설이라곤 허허벌판에 낡은 공소 하나가 전부였죠. 제대로 된 화장실이나 수도시설도 없었어요. 게다가 매일 새벽에 미사가 있는데 15㎞ 떨어진 사제관에서 오가려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죠. 그래서 가장 먼저 시설 정비를 시작했어요. 성당 리모델링을 하고 교육관과 사제관을 지었죠.”
며칠간 내린 폭우로 집이 무너지고, 한 끼 식사를 할 돈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자들은 성당을 찾았다. 그들에게 성당은 유일한 안식처가 되는 공간인 것이다. 그렇게 매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자들은 김 신부를 찾아왔다. 신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본 김 신부는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밥 먹을 돈, 집 지을 돈을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옥수수가루를 제조하는 공장부지를 마련해 자발적으로 운영하도록 제안했습니다. 닭을 키우는 공간도 마련해 줬죠. 제가 그곳을 떠나더라도 신자들이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김 신부가 파견된 후 성 마티아스 물룸바 공소는 본당으로 승격됐다. 덕분에 지역에서 더욱 할 일이 많아졌다는 김 신부는 잠비아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바로 성당 건립이다.
“눈앞에 닥친 일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나타나 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죠. 잠비아에서의 4년을 돌아보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저를 통해 실현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당 건립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후원계좌: 농협 301-9219-2817-21(예금주 김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