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은퇴 앞두고 잠비아 선교 중인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7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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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행복한 그들… 안식처인 성당 지어주고 싶어”
수도시설조차 없는 황무지서 먹을 양식조차 없는 현지인
성당 건립에 많은 도움 절실

김한기 신부는 “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함께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돕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함께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돕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잠비아에 왔습니다. 좀 더 젊을 때 이곳에 오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잠비아 은돌라교구 외딴 지역인 버남꾸바 마을의 유일한 외국인인 김한기 신부. 그 마을에서 김 신부는 ‘파더 킴’이라 불린다. 마을을 지나는 그에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은 김 신부가 건넨 사탕 하나, 동전 하나에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어려운 환경 속에도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들을 보며 김 신부도 하느님의 사랑과 행복을 매일 발견하고 있다.

김 신부가 잠비아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17년이다. 만 64세,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사제의 선택은 아프리카에서의 선교였다.

“사제가 된 후로 줄곧 본당에서 사목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교포사목도 하고 교구 사목국장도 역임했죠. 한국에서는 사제로서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으니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어요. 가난하고 척박한 곳에서 하느님을 찾는 이들과 함께하면 어떨까 했고,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선교 사제의 꿈을 다시 꺼내게 된 거죠.”

2016년 원주교구를 방문한 잠비아 은돌라교구장 알릭 반다 주교가 선교 사제 파견을 제안했고, 당시 평창본당 주임이던 김 신부는 해외선교에 자원했다. 그렇게 이듬해 9월 도착한 버남꾸바 마을. 제대로 된 수도시설도 없이 황무지에 세워진 성 마티아스 물룸바 공소에 파견됐지만, 김 신부의 가슴은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했다.

“버남꾸바 마을에 있는 시설이라곤 허허벌판에 낡은 공소 하나가 전부였죠. 제대로 된 화장실이나 수도시설도 없었어요. 게다가 매일 새벽에 미사가 있는데 15㎞ 떨어진 사제관에서 오가려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죠. 그래서 가장 먼저 시설 정비를 시작했어요. 성당 리모델링을 하고 교육관과 사제관을 지었죠.”

며칠간 내린 폭우로 집이 무너지고, 한 끼 식사를 할 돈이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자들은 성당을 찾았다. 그들에게 성당은 유일한 안식처가 되는 공간인 것이다. 그렇게 매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자들은 김 신부를 찾아왔다. 신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본 김 신부는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밥 먹을 돈, 집 지을 돈을 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옥수수가루를 제조하는 공장부지를 마련해 자발적으로 운영하도록 제안했습니다. 닭을 키우는 공간도 마련해 줬죠. 제가 그곳을 떠나더라도 신자들이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김 신부가 파견된 후 성 마티아스 물룸바 공소는 본당으로 승격됐다. 덕분에 지역에서 더욱 할 일이 많아졌다는 김 신부는 잠비아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바로 성당 건립이다.

“눈앞에 닥친 일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나타나 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죠. 잠비아에서의 4년을 돌아보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저를 통해 실현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당 건립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후원계좌: 농협 301-9219-2817-21(예금주 김한기)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