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글의 씨앗이 된 신앙 / 송명숙

송명숙(크리스티나) 시인·동화작가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7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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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미사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져 영상으로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는 대면으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다. 그래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불편하고 힘들지만 조용히 묵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본당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오래 전의 일들이 스쳤다. 구역장을 맡아 반모임 참여하던 순간, 본당 빈첸시오 단체서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구역별로 폐품수집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과거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폐품을 싣고 한 번도 끌어 본적 없는 리어카를 끌고 비틀거렸을 때였다. 동네 있는 약국에 다니며 박스와 병을 모아달라고 부탁해서 모아준 폐품과 구역에서 모은 폐품을 실은 리어카는 무거웠다. 힘들지만 좋은 일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구역반장들과 함께 끌고 빈첸시오 회원에게 폐품을 전달했다.

새삼스럽게 그때 일이 왜 떠올랐을까? 하느님께서 나에게 글감을 만들어줬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봉사직을 맡겼던 하느님의 뜻이 어렴풋 느껴졌다.

아이들 독서 논술을 가르칠 때였다. 바쁘게 종종 걸음 하던 나는 수녀님의 권유로 주일학교 교사를 맡게 되면서 시간을 쪼개어 봉사했다. 여름신앙학교 캠프 계획을 준비했다. 장소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신부님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대청봉을 올라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청봉을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올라가다가 사고 나면 어떡하지?’하는 염려스러운 마음에서 못가겠다고 버텼다. 신부님은 아이들은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걱정 말고 진행하라고 말씀하셨다. 교감을 맡고 있던 나는 교사들과 프로그램을 짜며 하느님께 맡기고 기도하며 준비를 했다.

대청봉에 오르던 날, 아이들은 다람쥐처럼 산을 잘 탔다. 대청봉 정상에 오른 아이들은 해냈다는 벅찬 감동으로 손을 높이 치켜들고 흔들었다. 그리고 서로 안고 눈물 글썽이며 감격을 나눴다. 그중 한 아이만 체했다고 해서 마침 수지침을 놓는 선생님이 있어서 침을 놓고 준비한 약을 먹고 무사히 하산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일이다.

아이들은 “높은 곳에 올라오니 자신감이 생기고 어려운 일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자신감을 부여해주는 계기가 되어서 행복했다. 신부님 말씀이 옳았다. 아이들은 해냈다. 하느님께서는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다 알고 계시다고 했다. 하느님은 잘하리라 미리 알고 계셨을 거다.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던 내가 부끄러웠다.

자연의 신비를 느꼈던 대청봉에서 주님의 숨결을 느꼈다. 대청봉에 올랐던 느낌을 시로 써서 시집을 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 신부님 강론을 듣고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이 있었다. ‘쓸모없는 돌멩이도 집 짓는데 귀퉁이의 머릿돌이 된다’, ‘보잘 것 없는 이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푼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게 하는 강론이었다.

미사 끝난 뒤 신부님께 강론 중에 하신 말씀 일부를 인용해서 동화로 써도 되는지 여쭤보았다. 신부님은 쾌히 승낙을 하셨다. 신앙 안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나의 글감의 씨앗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출간될 책을 기대해본다. 신앙 안에서 글의 씨앗을 자라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송명숙(크리스티나) 시인·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