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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좋은 아빠의 조건 / 장호원

장호원(요셉·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7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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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 나는 구체적으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아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빠니까. 그리고 아이를 가지려면 결혼을 해야 한다.(결혼하지 않고 아빠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좋은 아내를 만나야 좋은 아빠가 될 확률이 높다. 좋은 아내를 만나려면, 일단 신앙은 천주교여야 하고, 그 부모님 성격도 좋아야 하고, 대학은 나왔으면 좋겠고, 외모도 보통은 돼야 아이가 부모 탓을 안 할 것 같았다. 아, 그런 아내를 만나려면 내가 부자이던가, 좋은 직장을 다니던가, 엄청 잘생겼던가, 멋지던가 해야 할 텐데….

부자도 아니고, 잘생기지도 않았으니…. 좋은 직장을 다녀야 하는데, 공부는 안 하고, 성당에서 놀기만 했으니 좋은 직장에는 갈 수도 없을 것 같고…. 큰일 났다. 좋은 아빠라는 꿈을 갖게 된 순간, 나는 엄청 많은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좋은 아빠라는 건 정말 어려운 꿈이었던 것이다.

‘IMF’. 대학 졸업하려던 그때가 바로 IMF로 구조조정에 명예퇴직에,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시절이었다. 중소기업에도 취업하기 힘들었다. 사람을 뽑는 곳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난 어디로 취직을 해야 하나, 학점도 좋지 않고, 좋은 직장을 다녀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데….

기도했다. 그리고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계속 쳐다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회사가 있었다. ‘한국OOOO’ 이름도 그럴싸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주로 하는 회사여서 주일학교 활동 경험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모집요강을 자세히 보니, 대상자가 석사 이상이다. 난 학사인데. 하지만,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인사 담당자 메일 주소로 매일매일 메일을 보냈다. 두 달 정도 됐을까.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여긴 한국OOOO 인데요~, 장 아무개씨 댁 맞습니까?”

정말 꿈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성당에서 내가 참여했던 모든 프로그램을 들고,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합격했다. 비록 계약직이지만(석사 이상이 조건이다 보니) 이렇게 나의 직장 생활은 시작됐다. 주님 도움 없이는 절대 갈 수 없었던 좋은 직장에 가게 된 것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 제 꿈을 위한 하나의 숙제를 해결한 것 같습니다. 좋은 직장~!! 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주님~.’

나는 어느덧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다.

“주님 오늘 하루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세요~”

장호원(요셉·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