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25회 만해대상 문예대상 수상한 오정희 소설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0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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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삶의 고통 안에서 빛을 찾는 여정”
상처와 슬픔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인간 내면을 탐구
마침내 만나게 된 하느님 통해 삶과 작품의 전환점 맞게 돼

오정희 소설가는 “읽고 쓰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큰 축복이고 은총”이라고 말한다.

“제게 문학은 삶의 고통과 어려움 안에서 빛을 찾는 여정이었습니다. 가톨릭 신앙이 그 여정에 함께한 덕분에 기쁘게 해올 수 있었죠. 이번 수상을 통해 그간 해온 일들이 인정받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입니다.”

제25회 만해대상에서 문예대상을 수상한 오정희(실비아) 소설가는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소설 「완구점 여인」으로 등단한 그는 이후 한국 사회 속 여성들의 일상적 삶을 다루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인간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문학을 통해 드러냈다. 또한 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하는 등 가톨릭문인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생명 존중과 평화의 가치가 저변에 깔려 있다. 그는 현재 가톨릭신문사가 제정, 운영 중인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만해축전추진위원회(위원장 곽채기 동국대 교무부총장)는 오정희 소설가에 대해 “한국문학에서 인간의 내면 탐구 소설에 관한 귀감으로 꼽히는 창작 세계를 일구어왔다”고 평했다.

오 소설가는 자신의 문학을 “빛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세상,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각성할 때 숨어 있는 빛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래서 제 작품은 때론 참혹하고 적나라한 현실들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치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문학은 삶의 고통과 부당함에 맞서서 의미를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한 오 소설가는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오롯이 들여다보며 작품들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 온 그는 그 끝에서 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쉰이 넘은 나이에 가톨릭 신앙과 만난 오 소설가는 삶과 작품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제 문학은 나 자신, 그리고 세상과의 불화에서 시작됐어요. 그렇게 30년 넘게 글을 써온 제가 신앙을 가지면서 나 자신과 화해하는 방법을 알게 됐죠. 하느님을 통해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고, 나를 사랑하게 됐어요. 그런 변화는 제 작품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죠.”

50년 넘게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오 소설가는 “여전히 쓰고 싶은 글이 많이 남아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읽고 쓰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큰 축복이고 은총인 것 같습니다. 삶의 어려움과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문학, 그 안에 숨어있는 빛을 찾을 수 있는 문학을 하겠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