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세계의 성모 발현 성지를 찾아서」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1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모님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려 하신 걸까?
최하경 지음/400쪽/2만5000원/분도출판사 
9년간 방문한 16곳의 성지
배경·목격자·공인 과정 등 8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
발현 의미도 한눈에 정리
1531년 12월 9일 새벽, 멕시코 원주민 후안 디에고는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수도원으로 향했다. 테페약 언덕을 넘어갈 무렵, 언덕 정상에서 아름답고 신비로운 음악소리와 함께 “후안 디에고”라고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간 정상에는 검은 머리에 갈색 피부, 찬란한 황금색 별무늬가 그려진 청록색 망토를 입은 여인이 구름 속에 서 있었다. 곧이어 여인은 원주민의 언어인 나우아틀어로 디에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을 만드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다. 나는 너희가 나의 사랑, 나의 자비, 나의 구원과 보호를 증거하기 위하여 이곳에 하루바삐 성전을 세우기 바란다. 나는 모든 사람이 탄원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며 그들의 모든 슬픔을 위로하고 있다. 너는 주교에게 가서 나를 위한 성전을 세워야 함을 밝히고, 그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임을 전하도록 하여라.”

이 이야기를 들은 멕시코교회의 첫 주교 후안 데 수마라가 주교는 성모 발현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선뜻 믿음이 가지 않았고, 성모 마리아의 표징을 가져오라고 후안 디에고를 돌려보냈다. 다시 디에고를 만난 성모님은 테페약 언덕에 핀 장미꽃을 주교에게 전하라는 말과 함께 디에고의 틸마(망토)에 자신의 모습을 남기며 성화의 이름을 ‘과달루페의 성모’라고 부르라 이르셨다.

테페약 언덕의 성모 발현은 800만여 명의 멕시코인들을 가톨릭으로 이끌었다. 원주민 디에고 앞에 나타난 성모님이 정복자 스페인의 수탈로 고통과 절망에 빠져 있던 멕시코 원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과달루페의 테페약 언덕.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그 이후로도 성모님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성모님은 현재를 사는 신앙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신 걸까. 최하경(대건 안드레아·서울 도곡동본당)씨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세계의 성모 발현 성지를 찾아 떠났다. “성모님의 발현 사건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실로서, 우리에게 성모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성모님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새로운 길과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밝힌 최씨는 교황청이 인정한 16곳의 성모 발현 성지에 대한 자료들을 「세계의 성모 발현 성지를 찾아서」에 담아냈다.

기원후 40년부터 지금까지 2500건 이상의 성모님 발현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성모 발현은 16건에 불과하다. 교황이 방문해 축복을 하거나 기념미사를 집전, 목격자를 시복·시성하는 경우 등 교황이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공인된 것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9년간 16곳의 성지를 방문한 최씨는 개인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현재 발현에 대해 알려진 사실만을 취합해 책으로 엮었다. 객관적인 사실 안에서 각자가 성모 발현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따라서 최씨는 발현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 발현 내용, 장소, 시현자, 공인 과정, 발현 의미, 성지소개, 성지 찾아가는 방법 등 8가지 주제로 각각의 성지를 설명한다. 또한 성모 발현을 종합한 글도 덧붙여 성모님의 메시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정리하고 그 의미를 전한다.

최씨는 “성모님의 발현은 가톨릭교회가 위기에 빠져서 주님의 도움이 절실하고도 긴박할 때 이뤄졌으며 성모님은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장소에서 발현하셨다”며 “성모님의 메시지는 위기에 빠진 신자들이 다시 신앙심을 회복하여 참된 신앙인으로 재탄생할 있도록 우리를 인도한다”고 밝힌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