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품에 안긴 듯… 암환자와 가족 모두를 돌보는 쉼터 종교와 경제력 상관없이 4박5일 무료로 이용 가능 강화 마니산 자연경관 아래 기도하며 쉴 수 있는 공간 면담과 피정도 할 수 있어
인천광역시 강화도. 다리들이 이어져 섬이란 말이 무색하다고들 하지만, 바다 위로 세워진 다리를 건너는 순간 바다와 풀 냄새가 가득하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던 마니산 자락에 들어서면 자연의 품에 푹 안긴 듯한 기분마저 든다. 주변의 자연만으로도 ‘힐링’ 되는 것만 같은 강화 마니산 자락에 암환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마련된 무료 휴식공간이 있다. 바로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마뗄암재단이 운영하는 마뗄쉼터(인천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로731번길 15)다.
■ 암으로 병든 영혼 치유하는 공간 지난해 말 발표된 2018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수는 201만 명이다. 국민 25명당 1명이 암유병자라는 것이다. 그만큼 암환자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도 정도에 따라 치료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암은 사망원인 1위의 무서운 병이다. 암이 일상처럼 느껴진다 해서 암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겉으로는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조차도 마음속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긴 투병에 암환자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피폐해진다. 마뗄암재단 사무국장 이영숙 수녀는 병원사목을 통해 수많은 암환자들을 만나면서 암환자들과 가족들이 마음에 얼마나 큰 아픔을 지니고 있는지 지켜봐 왔다. 특히 암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은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곪았던 상처가 더욱 커지곤 했고, 죽기 전에 정을 떼야 한다며 가족들에게 냉랭하게 대하는 이도 있었다. 암 수술을 잘 마치고 회복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암 치료 전과 달라진 상황에 우울감에 빠지는 일도 많았고,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자책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암환자와 가족들이 하느님 안에 쉬면서 영혼의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 마뗄쉼터다. 2019년 10월 축복식을 한 마뗄쉼터는 13개의 개인실과 3개의 가족실, 기도실과 경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숙소동에 있는 기도실이 눈길을 끈다. 기도실은 방음시공이 돼 있어 외부의 소음에 기도를 방해받지 않을 수 있고, 혹은 밤새 소리 내어 기도해도 외부에 기도소리가 들릴 걱정이 없다. 기도실에 자리한 370년 전 영국에서 제작된 예수상을 비롯해 쉼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성물들은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치유 안에 머물도록 돕는다. 또 환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쉼터의 모든 인테리어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코로나19로 이용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이용자의 많은 수가 치유를 경험했다. 6개월 넘게 별거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던 부부가 암 진단 후 쉼터에서의 휴식을 계기로 화해하기도 하고, 서로 냉랭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이영숙 수녀는 “많은 분들이 바쁘게 살아오느라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하다가 암 투병을 하게 된다”며 “내 몸과 영혼을 돌아보고 가족과 나 자신과의 화해를 위해서는 집이 아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암환자라면 누구나 마뗄쉼터는 암환자와 그 보호자라면 누구나 4박5일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종교 여부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관계없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강의나 면담, 피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 또한 무료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