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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승천 대축일 특집] 다시 나타난 성모님, 인류에게 전한 메시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0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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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세우라”
벨기에 바뇌·리투아니아 실루바
신앙과 멀어진 이들 가슴에 신앙 불씨 지펴

“항상 기도하라”
프랑스 퐁맹·폴란드 기에트슈바우트·포르투갈 파티마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 바칠 것 당부

“사랑하고 용서하라”
프랑스 라살레트·르완다 키베호
계명을 저버린 자들에게 회개할 것 경고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2017년 4월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에서 신자들이 파티마 성모상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1917년 여섯 차례 발현한 성모님은 세계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당부했다. CNS 자료사진

역사상 최초의 성모 발현은 기원후 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에서 복음을 성공적으로 전파하지 못한 것에 낙담해 사라고사의 에브르 강가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던 야고보 사도 앞에 성모님이 나타났다. 야고보에게 기둥 하나를 건네며 당신의 성당을 지으라는 말을 남긴 성모님. 그렇게 지어진 성당은 훗날 필라르 성모 대성당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순례자들을 맞고 있다.

그 이후로도 1900년대까지 2000건이 넘게 보고된 성모 발현. 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앙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회는 공인받은 성모 발현에 대해 신앙을 고양할 수 있고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면 신자들이 믿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성모 발현을 믿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순례자들이 거룩한 체험의 장소에서 신앙생활의 기쁨과 열정을 다시 찾고 있기에 성모 발현과 그 메시지는 현재를 사는 신앙인에게 여전히 유의미하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성모님의 메시지를 통해 신앙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 “성당 세우라”… 척박한 환경에 신앙 토대 세우도록 도와

바뇌의 성모상. 12세 소녀 마리에트 베코에게 나타난 성모님은 “성당을 세우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청이 인정한 성모 발현은 16건이다. 그중 발현하신 장소에 성당을 세우라는 메시지는 10건으로 가장 많다. 특히 박해를 받거나 사회적인 영향으로 신앙이 사라지고 있는 지역에 나타난 성모님은 “성당을 세우라”고 전하며 잃었던 신앙을 찾도록 독려했다. 1933년 벨기에 바뇌에서 12세 소녀 마리에트 베코에게 나타난 성모님은 “나는 가난한 이들의 동정 마리아”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작은 경당을 원한다”고 전했다. 곧이어 성모님이 발현하신 자리에 경당이 세워졌고 몇 달 후 열린 경당 봉헌식에는 6만 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기쁨을 함께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앙과 멀어진 벨기에인들 앞에 나타난 성모님은 꺼져가는 신앙의 불씨를 다시 피워냈다.

일찍이 루터교와 칼뱅주의가 들어와 가톨릭교회가 위기에 빠져 있던 리투아니아에도 성모 발현은 가톨릭 신앙을 찾는 도화선이 됐다. 1608년, 리투아니아의 작은 마을 실루바에서 4명의 목동들 앞에 나타난 성모님은 맨발로 성자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윽고 “내 사랑하는 아들이 바로 이 땅에서 경배받았다”며 “그러나 이제 이 신성한 땅이 그저 농사 짓고 가축을 놓아 기르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칼뱅교를 신봉하던 마을 주민 전체가 가톨릭교회로 돌아오게 됐고, 성모님이 발현하신 성스러운 바위 위에 작은 경당과 제단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성모님이 전한 메시지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게 강한 울림이 됐고, 회심의 시작이 됐다. 그 결과 루터교가 지배적인 발트 3국의 다른 나라(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달리 리투아니아는 현재까지도 인구 80%가 가톨릭 신자다.

■ “항상 기도하라”

1871년 1월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퐁맹에 황금색 별이 새겨진 푸른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지붕 위 공중에서 발견됐다. 여인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2살 외젠 바르베데트와 10살 조제프 바르베데트 형제였다. 이야기를 듣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들었지만 여인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바르베데트 형제와 11살 프랑수아즈 리셰르, 9살 잔마리 레보세 뿐이었다. 이윽고 여인의 발아래 흰색 판이 나타났고, 그 위에 금색으로 글자가 새겨졌다. “오 나의 자녀들아, 기도하여라. 하느님께서 곧 너의 기도에 응답하실 것이다. 나의 아들이 움직일 것이다.” 어른들은 볼 수 없는 이 글자를 아이들은 큰 소리로 따라 읽었다. 그리고 성모님이 발현한 그날 프로이센과 전쟁 중이던 프랑스는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 기적과 같은 사건을 통해 프랑스인들은 주님이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믿음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성모님은 수차례 사람들 앞에 나타나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묵주기도, 성모칠고 묵주기도, 성모송 등 구체적인 기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1877년 폴란드 기에트슈바우트에서 13살 소녀 유스티나 샤프린스카 앞에 나타난 성모님은 “내가 바라는 것, 그것은 묵주기도를 날마다 바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며칠 뒤 다시 나타나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한다면 교회가 박해받지 않을 것이며, 버려진 교구에서도 사제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세계 3대 성모 발현 성지인 파티마에서도 성모님의 기도에 대한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다. 1917년 5월부터 10월까지 여섯 차례 발현한 성모님은 “전쟁의 종말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매일 묵주기도를 드려라”,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을 바치고, 매일 묵주기도를 바쳐라”라는 말을 남겼다.

■ 인류를 향한 경고

라살레트 성모상. 프랑스 라살레트에서 발현한 성모님은 통회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약속했다.

1845년부터 기근과 질병에 시달렸던 유럽. 특히 프랑스의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더욱 힘든 처지에 놓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 이때 성모님이 프랑스의 남동부에 위치한 라살레트에서 발현했다. 성모님을 발견한 이들은 14세 소녀 멜라니 칼바와 11세 소년 막시맹 지로였다. 순백색의 옷에 노란 앞치마를 두른 여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두 아이가 “왜 울고 계시냐”고 묻자 성모님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세속에 빠져 살기에 서러워 울고 있단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회하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이 자비를 베푸실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적과 마지막 날에 일어날 일 등 미래에 대한 내용이 담긴 비밀 메시지를 멜라니에게 전했다.

르완다의 가난한 오지 마을 키베호에서도 성모님이 발현했다. 여기서 성모님은 앞으로 다가올 불행을 예언했다. 1981년 11월, 학교 식당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던 17세 소녀 알퐁신은 “나의 딸아, 나의 딸아”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는 말씀의 어머니”라고 밝힌 이 여인은 이후 8년 동안 알퐁신 앞에 나타난다. 특히 성모님은 목격자에게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예언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피의 강과 불타버린 나무들, 서로를 죽이는 사람들, 버려진 시체 등 목격자에게 성모님이 보여준 비극적인 환시는 12년 뒤 르완다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현실로 재현됐다.

◆ 성모 발현, 어떻게 공인되나?

신학적·영적 오류 없는지 지역 주교가 평가, 공인

성모 발현이 일반 신자들에게 더 많이 일어남에 따라 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회 안에서 형성됐다. 이에 1563년 트리엔트공의회 마지막 회기에서 성모 발현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기적으로 공인할 수 있는 권한을 주교에게 부여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주교는 ▲발현 사건과 관련된 사실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 ▲메시지를 받은 목격자는 심리적으로 균형 잡혀 있으며,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성실하고 교회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교리적인 오류는 하느님과 성모님, 성인에게서 기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표현된 신학적이고 영적인 교리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발현의 동기가 돼서는 안 된다 ▲건전한 종교적 헌신과 영적 결실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증거를 평가한다.

성모 발현에 대해서 지역 주교의 조사와 보고가 이뤄졌다면 지역 주교의 공인과 상관없이 교황이나 교황청은 지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현재 성모 발현 중 교황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은 16건으로, 그중 주교의 공인이 없는 경우가 5건이다. 교황(교황청)의 지지 의사는 ▲교황이 직접 성모 발현 장소를 방문해 축복을 하거나 기념미사를 집전 ▲교황이 발현과 관련된 성모상이나 성모화에 왕관, 황금 장미 등을 봉헌 ▲교황이 성모 발현을 기념하는 성당의 건립을 승인하거나 성당의 등급을 대성당으로 상향 ▲교황이 성모 발현 목격자를 시복, 시성 ▲교황이 성모 발현일을 기념일로 지정 ▲교황이나 교황청이 주교의 공인을 포함해 발현에 관련한 공식적인 성명 발표로 구분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