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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환경스페셜 「찬미받으소서」 낭독 참여한 길현희·김하늘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7-27 수정일 2021-07-27 발행일 2021-08-01 제 325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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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실천, 결국은 나를 위한 일”

KBS가 제작한 ‘지구의 경고:100인의 리딩쇼’는 7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주요 부분을 읽어나가며 환경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한 프로그램이다. 이 리딩쇼에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이 초대돼 「찬미받으소서」를 낭독했다. 특히 가톨릭신자는 아니지만 생태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청년들도 낭독에 동참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는 길현희(31)씨와 폐마스크를 재활용해 의자를 만든 김하늘(24)씨가 그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 일회용품 없는 카페 운영하는 길현희씨

일회용품 없는 카페 운영하는 길현희씨.

길현희씨는 2017년부터 일회용품 없는 카페 ‘얼스어스(Earth us)’를 운영하고 있다. 일회용 컵·포장용기·빨대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냅킨도 손수건으로 대체하고 있다. 주방에서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원두도 환경과 세상에 관심을 두는 기업을 찾아 납품을 받고, 최근에는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료도 판매하고 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가게. 처음에는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카페영업에서는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굳이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 카페가 ‘디저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디저트 포장이 불가능한 점에 관해 항의하는 손님도 많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회용품 비사용은 매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배달 없이는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일회용품 없이는 배달이 불가능했고 일회용품 비사용에 감염 우려를 표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길씨는 “일회용품을 쓰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어려운 실천을 하면서 비난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힘들 때가 많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길씨는 “일회용품 거부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길씨는 “인간과 환경, 지구는 유기적이고 지구의 오염에 내가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구를 위한 이타적 행동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길씨는 「찬미받으소서」를 읽으면서 “지구가 정말 많이 아프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환경에 관한 실천을 하면서도 환경 문제가 다음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세대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찬미받으소서」를 읽으면서 종교가 믿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종교가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위한 믿음(신앙)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꼭 전문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 폐마스크로 의자 만든 김하늘씨

폐마스크로 의자 만든 김하늘씨.

“환경을 위해 하는 일이라곤 분리배출할 때 라벨 제거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뉴스에서 마스크 폐기 문제의 심각성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찾아보고 공부하고 여러 시도 끝에 의자를 만들었습니다.”

해양보호단체 오션스아시아(Oceans

Asia)는 지난해 바다에 유입된 일회용 마스크를 15억 장 이상으로 추산했다. 김하늘씨는 이런 폐마스크 문제를 고민하며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의자를 출품했다. 한 대학생의 졸업전시회 작품이었지만, 우리 모두의 문제를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이에 국내 매체는 물론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해외 매체에서도 크게 주목했다.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마스크를 태우고, 삶는 등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마스크의 원재료인 폴리프로필렌(PP)이 열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 길로 열풍기를 샀다. 마침내 김씨는 마스크를 열에 녹여 틀에 굳히는 방식으로 의자를 만들 수 있었다.

김씨가 처음 제작한 스툴 형태의 의자에는 폐마스크 1500장, 등받이 의자에는 폐마스크 4000장이 들어갔다. 마스크를 열풍으로 완전히 녹이기에 완성된 의자는 감염 우려도 없다. 다만 학교 측이 수거과정에서 감염을 우려하자 지금은 마스크 생산 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으로 의자를 제작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인 줄 모르고 「찬미받으소서」를 접했다. 김씨는 “그냥 환경을 다루는 책인 줄 알았는데, 교황님의 회칙이라는 것을 알고 종교가 지구를 위해 고민한다는 것에 놀랐다”며 “정말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찬미받으소서」를 읽으며 종교나 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생태’라는 접점으로 계속 소통하고 시너지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우리의 무관심 속에 버려지는 것들을 찾고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작품으로 이야기 해나가려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