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79) 하느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배우자

고유경 (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
입력일 2021-07-20 수정일 2021-07-20 발행일 2021-07-25 제 325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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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사랑을 섬세하게 느끼도록 돕는 반려자

“우리가 ME 발표팀 부부(이하 팀 부부)로 활동하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하느님의 뜻과 마음을 보고 느끼는 섬세한 마음과 눈입니다. ME 여정은 우리 신앙의 가장 깊은 정수입니다. ME 주말을 통해 우리 부부를 변화하게 해 주시고 아이들과 꼬였던 관계를 풀게 해 주시고 또 ME 공동체 안에서 당신 뜻을 따라 살아가는 신앙의 선배·동료·후배들을 만나는 풍성한 은총을 주셨지요. ME 주말과 ME 조직 안에서도 하느님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팀 부부로 살아온 지난날들은 하느님 사랑을 더 섬세하게 느끼게 해 준 심장 박동기이자 크게 보게 해 준 돋보기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 부부가 팀 부부로 활동하면서 하느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우리 부부 관계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 ME 주말을 마치고, 깊은 감동을 받아 팀 부부로 활동하면서 주말 봉사를 할 때마다 성장할 기회를 주셔서 우리 부부가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더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것입니다.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아이들에게도 안정감을 주었을 거라 생각해요. 이에 대해 나는 줄을 잘 선택한 행운을 받은 느낌입니다.”

지난 주말 목포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는 전국 15개 교구 ME 대표 부부와 신부님들이 모여 간담회를 했다. 앞으로 3년 동안 한국ME를 이끌어 갈 대표팀과 감사팀을 선출하고 교구 대표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듣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행사를 치렀다.

ME 모임이 다른 신앙 단체 모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부부 소개와 사랑의 편지 쓰고 나누기다. ME 부부들은 소개할 때 자신을 소개하지 않고 배우자의 사랑스러운 점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좀 어색하고 민망하게 보일 수 있는 이 소개 방식은 부부 관계를 성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배우자가 늘 사랑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에 찾아 소개하면서 다시 사랑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사랑의 편지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10분간 쓰고 10분간 서로 나눈다. 모임에서는 부부가 쓴 것을 공동체와 나눔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기도 한다.

이번 교구 대표 간담회 때 나눈 사랑의 편지 주제는 ‘팀 부부로 활동하면서 하느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이었나요? 이에 대한 나의 느낌은 무엇인가요?’였다. 이 글 맨 앞에 소개한 내용은 우리 부부가 사랑의 편지에서 썼던 내용 중 일부다. 우리 부부는 서로 편지를 읽고 나누며 서로의 느낌에 공감했고 ME 안에 머물며 봉사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했다.

교구 대표 부부들의 나눔도 비슷했다. 배우자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하는 부부도 있었고, 부부 관계가 점점 성장하면서 자녀들이 변화되고 잘 성장해 준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고, 야생마 같던 남편이 이제는 잘 길들여진 순한 말로 변화된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도 했다. 끊임없이 대화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도 했다. 살면서 발견하는 크고 작은 기적을 체험한 일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는 부부도 있었다. 배우자를 위해 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며 살다 보니 나보다 배우자가 더 많이 변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하는 부부도 있었다. 이분들의 한결같은 나눔 내용과 함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서로를 대하는 따뜻한 눈길과 서로를 보듬는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배우자가 발표할 때 부드럽게 허리를 감싸 안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경청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흐뭇하다.

교구 대표 부부들의 나눔을 들으며 이분들도 하느님이 내게 준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부부들을 만나 부부가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를 듣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이분들과 함께하는 여정에 늘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믿고 감사드린다.

고유경 (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