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상수자수박물관 특별전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7-20 수정일 2021-07-21 발행일 2021-07-25 제 325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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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자수의 맥 이은 한상수(1932~2016) 선생 정신 따른다
자수 유물들 모아 분석하면서 한국 전통 자수 복원에 헌신
9월 13일까지 ‘길상동물을 만나다’
성북선잠박물관에도 10월 3일까지

한상수자수박물관 김영란 관장이 19세기 초에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묻은 서양 선교사의 제의와 영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제의와 영대는 1970년대 고(故) 한상수 선생이 수집해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서울 성북동 한상수자수박물관에는 19세기 초에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양 선교사의 혈흔이 묻은 제의와 영대가 보관돼 있다. 자수를 통해 한국의 전통을 지키고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기능보유자 고(故) 한상수(마리아·1932~2016) 선생이 수집한 것이다.

한 선생은 1970년대부터 전국을 돌며 자수 유물들을 모아 분석하면서 기법들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이 제의를 발견했다. 한 선생의 딸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이수자 김영란(수산나) 한상수자수박물관 관장은 “독실한 신자였던 어머니 영향으로 가족 모두가 신자”라며 “어느 작품 못지않게 이 제의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도 불교처럼 중앙박물관을 만들어 중요한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 보존하고 신자들에게도 전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 제의는 2018년 대만 세계종교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제주에서 태어난 한 선생은 17세에 상경해 자수를 배웠다. 1963년에는 자수공방인 ‘수림원’을 세워 한국 자수의 역사와 문양, 기법, 용어 등을 정리하며 전통 자수의 이해와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1981년에는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상수자수박물관 ‘길상동물을 만나다’ 특별전에 전시되고 있는 조선시대 자수 작품 ‘화조’(花鳥).

그중 한 선생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것이 천수국수장 복원이다. 천수국수장은 622년 일본 태자를 추모하기 위해 일본에서 제작된 자수 작품으로, 고구려인 가서일과 백제인 양부 진구마가 감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한 선생과 김 관장 모녀는 1400년의 시간을 초월해 삼국시대의 제직 기술을 원형복원했다. 천수국수장은 총 20여 년에 걸친 작업 끝에 2007년 완성되면서 우리의 화려했던 고대문화를 재현했다.

한 선생은 가톨릭 신자였지만 한국 전통 자수는 불교문화와 밀접하다. 덕분에 한 선생은 자수를 통해 종교를 넘나드는 깊이를 보였고, 여성의 주체성도 끌어올렸다. 그는 생전에 “자수가 여성의 덕을 키우고 인내하는 정도의 취미생활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자수에 대한 연구와 작품 활동, 전시 등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창작 열정에 불타 있었다”고 회상했다. 자수 전문가들도 “한 선생이 자수와 관련해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자수에서 한 선생은 그야말로 전설이다.

2005년 서울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 사립박물관으로 등록된 한상수자수박물관은 한 선생 선종 후 성북동으로 이전해 그의 작품과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본관에서는 상설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체험 및 교육, 교류전시, 복원수주, 학술연구 등을 위해 ‘한상수자수문화유산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상수자수박물관에서는 ‘길상동물을 만나다’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서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수공예와 격사공예, 직물공예로 표현된 다양한 양식의 길상동물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 선생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아울러 한상수자수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서울 성북동 성북선잠박물관에는 ‘영원불멸 금을 입다 – 금박(金箔), 금수(金繡), 직금(織金)’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한 선생과 김 관장이 작업한 금박, 금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길상동물을 만나다’ 특별전은 9월 13일까지, ‘금박, 금수, 직금’ 특별전은 10월 3일까지 열린다.

※문의 02-744-1545 한상수자수박물관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