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모 신부 입국 도운 세 명의 밀사들 현양 복자 윤유일 비롯한 17위 현양 청소년들을 위한 성지로 선포 순교신심 보고 느끼도록 조성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어농3리에 위치한 어농성지(전담 박상호 신부)는 주문모 신부를 모셔온 세 사람의 밀사와 윤유일의 동생 윤유오(야고보)의 묘, 윤점혜(아가타), 강완숙(골롬바) 등 1795년 을묘박해와 1801년 신유박해 때 희생된 복자 17위를 모신 곳이다. 이 중 윤유오의 묘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제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지지 않은 의묘다.
어농성지가 성지로 개발된 것은 1987년 윤유일 복자의 후손들이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에 순교자인 윤유오의 묘와 윤유일의 조부, 부친 등 파평 윤씨 일가의 선산이 있음을 교구에 밝히고 제공하면서부터다. 이후 교구는 이 선산을 성지로 개발해 1987년 9월 15일 당시 2대 교구장 고(故) 김남수 주교가 축복하고 성지로 선포했다. 그리고 2002년 8월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에 의해 ‘을묘, 신유박해 때 순교한 선조들을 기리고 현양하기 위한 기념성지’로 선포됐다. 성지는 교구 내 ‘청소년성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07년 성지가 ‘청소년들을 위한 성지’로 선포된 것과 현양하는 17위 복자들 중 18세였던 심이기(바르바라), 26세 원경도(요한), 28세 지황(사바) 등 젊은 나이에 순교한 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일 시기에 신앙을 지키고자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이들의 순교는 현재 청소년·청년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 성지는 청소년들이 성지에 있는 다양한 곳을 다니며 복자들의 희생정신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우선 성지 내 성당 오른쪽 아버지 상을 지나 길을 오르면 차꼬, 혁편, 장, 철색, 축 등의 형구가 전시돼 있어 순교자들이 겪었던 고통을 묵상할 수 있다. 성지 왼편으로 나오는 순교자 묘역 야외 제대에 걸린 명패에는 윤유일 복자가 순교 직전 남긴 유언인 ‘천만 번 죽을지라도, 저 십자 형틀에 묶이신 분을 배반할 수 없소’가 쓰여 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시련으로 활동이 중단돼 쉽게 좌절하고, 신앙을 잊어가는 청소년·청년 및 우리들에게 반성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제대에서 묘역 쪽으로 가면 윤유일 복자 동상과 주문모 신부의 동상이 있다. 청소년들은 두 분 동상을 보며 다시 한 번 순교신심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당 앞 십자가 동산에서 앞서 다녀간 이들이 쓴 방문 소감 등을 보며, 신앙에 새 활력을 얻어갈 수도 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