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르크 수사 작품 전시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7-06 수정일 2021-07-06 발행일 2021-07-11 제 325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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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예술로 담아낸 수도자의 ‘하느님 찬미가’
유리화 2점·회화 30여 점 전시
8월 15일까지 파주 유리재 갤러리
25년 넘게 한국에 머물며 스테인드글라스·종이 작업 펼쳐
건축 공간에 맞는 기법 개발도

마르크 수사

마르크 수사의 작품 ‘무제’.

기도와 관상으로 표현한 수도자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프랑스 수도공동체 떼제(Taizé) 소속 마르크(Marc) 수사의 유리화 2점과 그림 30여 점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유리재 갤러리(대표 조규석)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르크 수사의 평면 회화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이들 작품은 마르크 수사의 기도와 묵상의 표현이며, 이를 통해 오롯이 하느님을 찬미한 수도자의 영혼을 볼 수 있다.

올해 구순을 맞은 마르크 수사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스위스에서 예술적 뿌리를 얻은 마르크 수사는 프랑스 떼제공동체에 들어갔다. 이후 독일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고 다시 떼제로 돌아가 여러 곳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했다. 드로잉과 목판화 작업도 하며 개인전을 열고 그룹전에도 참석했다.

마르크 수사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떼제공동체를 초대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984년 한국에서의 첫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 예술가들과 교류를 시작한 마르크 수사는 청평과 유리재 갤러리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며 한국에 이를 정착시켰다.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질 좋은 색유리와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표현에 더욱 힘을 준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마르크 수사가 만난 한국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원색적이었다. 반투명 비닐시트에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을 인쇄해 창문에 붙여 사용하는 것도 있었다. 이를 본 마르크 수사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쓰임도 시대 환경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당시의 건축 공간을 살펴 색유리 재료와 기법을 선택하고, 내부로 쏟아지는 빛의 밝기를 연구했다. 특히 교회 공간의 빛이 과장되지 않고 전례를 도울 수 있도록 수많은 드로잉과 밑그림 작업을 하며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선과 색면의 언어로 채워졌다. 마르크 수사는 “그림을 그리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화면에서 빛이 응답한다”고 말한다.

조규석(요한) 대표는 “수도생활과 동반된 마르크 수사의 예술 활동은 하느님 뜻에 부합하는 근원적인 빛을 찾아서 생명의 빛이 생겨남을 관상한 것”이라며 “빛의 예술인 스테인드글라스로 교회 건축공간에 빛깔을 채우는 마르크 수사의 작업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마르크 수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가톨릭 미술상 본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성미술 공로 명예훈장을 받았다.

2013년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프랑스 떼제공동체로 떠난 마르크 수사는 빛 머금은 한지 창문을 좋아해 현재도 수도생활 틈틈이 한지를 물들여 콜라주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31-957-3568 유리재 갤러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