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76) 주님께서는 하실 줄 믿습니다

이성애(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29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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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주님께서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2021년 4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은 월 1회 이상 선제 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매월 선제 검사를 한다는 것이 심적으로는 부담이 되었지만 어린이집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선제 검사에 임하였다. 5월 24일 선제 검사를 마치고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대학 강의가 있어 학교에 가던 중 교직원들의 음성 결과 통보를 문자로 확인했는데, 아직 결과를 보내지 않은 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황한 목소리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동안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하루에 3회 이상 발열 체크를 했는데도 정상 체온이었기에 출근까지 한 교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울먹였다. 바로 귀가 조치를 시킨 후 학교에 도착하여 상황을 설명한 뒤 택시를 타고 원으로 향하면서 ‘주님! 저에게 이 상황을 이겨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십시오. 학부모님들이 아시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학부모님들의 마음에 빛을 넣어 주십시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하실 줄을 믿습니다’라고 기도하면서 몇 번이나 성호를 그었는지….

이른 아침이라 다행히 등원한 원아가 몇 명 되지 않아 귀가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관할 기관과 보건소에 보고한 후 자체 소독을 끝내고 밀접 접촉한 교사까지 귀가시켰다. 학부모님 한 분 한 분께 전화를 드릴 때마다 ‘주님! 학부모님 마음에 빛을 넣어 주십시오. 너무 죄송하여 제가 입이 안 떨어집니다. 주님께서 해주십시오’라고 기도드린 후 무증상 양성 판정을 받게 된 상황을 설명한 후 원아 가정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대부분 맞벌이 가정이라 직장에 출근하셨던 부모님들은 황당한 이 상황에 무척 난감해하셨지만, 한 분도 불평하지 않으시고 모두 조기 퇴근하신 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연락이 왔다. ‘주님께서 빛을 넣어주셨구나.’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성인도 검사받을 때 힘든데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뛰어 진정이 되지 않았다. 보건소 역학 조사팀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며 눈물로 묵주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꾸르실료 대표 신부님과 동생 수녀, 가족들에게 전화하여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며 청하였다. 그렇게 많은 분의 애달픈 기도 속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1박2일 가슴을 졸이며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부터 ‘원장님, 가족 모두 음성 판정입니다’란 문자를 받을 때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주님께서 지켜 주시고 보호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오후 4시33분 마지막 가정의 결과가 음성이란 전화를 받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기적을 베풀어 주신 자비의 주님께 무릎 꿇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이렇듯 주님께서는 간절히 청하면 다 들어 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이시다. 학부모님 마음에 빛을 넣어 주셨기에 이 상황을 이해해 주셨고,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주님께서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란 믿음을 들어주셨다.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어린이집은 2주간의 일시 폐쇄 공문을 받았고 보건소에서 실시한 방역을 마친 후 대청소를 하면서 이제부터는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느꼈다.

여섯 가정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간 자가 격리해야 하고, 다른 원아들은 2주간 등원을 못 하는 상황이라 가정에서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선 미안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한 분 한 분에게 전하였다. 본의 아니게 직장과 가정에 불편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 난감한 상황에서도 서로의 가정들을 걱정해 주시던 학부모님들의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이었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집에서 부모와 함께할 활동 자료를 기쁜 마음으로 하나씩 준비하면서 원아 가정에 진심으로 축복을 빌었다.

그렇게 2주 동안 두 번의 편지를 적고 가족과 함께 재미난 활동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료를 준비하여 각 가정의 문 앞에 살짝 두고 오는 6월의 산타가 되었다.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이겨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란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 감사, 찬미, 영광 바칩니다.

이성애(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