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얄궂은 세상, 하느님의 편이 됩시다!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월평본당 주임)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30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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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일
제1독서(에제 2,2-5) 제2독서(2코린 12,7ㄴ-10) 복음(마르 6,1-6)
진리를 안다는 어설픈 선입견 신앙인의 삶에 방해만 될 뿐
성경에 담긴 주님 뜻 이해하고 말씀에 따르는 삶 살아가길

갑갑한 세상, 얼굴을 덮은 마스크가 무더위의 질량을 더 높이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그분 때문에’ 기쁜 삶을 살고 계신지요? 주님의 말씀에 오직 긍정함으로 마음에 쓴 뿌리를 제거하려 노력하시는지요? 이 여름이 덥고 지리해서 더욱 성경말씀에 집중하려 애쓰시는지요? 이야말로 이 땅에서 천국의 행복을 누리는 비결임을 확신하시는지요? 하여 오늘 복음이 들려주는 나자렛 사람들처럼 하느님의 뜻에 괜한 트집을 잡는 미련함을 떨쳐내고 지내시는지요?

성경은 세상의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복된 존재라는 사실을 천명하며 말씀의 포문을 엽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원죄로 잃은 하느님의 모습을 회복하여 하느님 자녀의 본분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임을 누누이 들려줍니다. 그리스도인의 목표는 하늘에 닿는 그날까지 하느님께서 주신 믿음으로 언제나 기쁘고 항상 감사한 시간을 살아내는 것임을 수없이 가르칩니다.

때문에 우리는 죄의 악함을 모르지 않습니다. 한편 하느님의 징계가 죄를 깨닫고 죄와 멀어지게 하는 주님의 방법일 수 있으며 영혼에 매우 유익하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막상 자신에게 고통이 오고 아픔이 생기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재앙이라 단정 짓고 하느님 탓을 하는 경우가 무수합니다. “이 재앙은 분명 주님께서 내리신 것이오. 그런데 이제 내가 주님께 무엇을 더 바라야 한단 말이오?”(2열왕 6,33)라고 말했던 이스라엘 왕처럼 생각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모든 성경말씀을 객관적 관점에서는 얼마든지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결국 스스로의 삶에 적용되는 것은 거부하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이처럼 진리를 ‘안다’는 어설픈 선입견은 신앙의 삶에서 최고의 훼방꾼입니다.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 때문에 삶이 경직될 수 있습니다. 이야말로 그날 나자렛 사람들이 예수님을 대했던 바로 그 모습인데요. 이래서는 안 됩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모든 것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기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힘들고 곤고한 상황도 주님께서 허락하셨기에 끝내 유익하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당신의 일에 온전히 수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의 약속을 내 생각대로 변질시키거나 내 방법대로 바꾸려 하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그날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영혼을 위해서 애쓰시는 주님의 계획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땅의 안녕과 풍요에 시선이 묶여 있었던 탓에 결국 예수님의 적대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헤르브란트 반 덴 데크하우트 ‘나자렛 회당에서 가르치는 그리스도’.

한때,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도무지 이를 수 없는 엄청난 말씀을 우리에게 던져주셨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강력하고 엄청나서 오히려 우리에게 무력감을 주고 다만 죄인이라는 사실만 처절히 일깨워줄 뿐이라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고스란히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히브리서 저자의 글에 눈이 번쩍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믿음인’은 세상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죄와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라는 설명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믿음인’이 죄와의 싸움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권고를 잊은 행태라는 지적에 영혼이 깨어나는 기분이었습니다.(히브 12,4-7 참조) 성경이 인간의 허물을 숨기지 않고 들려주는 이유가 마음에 파도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이후, 생각이 고쳐졌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많은 이야기들, 읽기조차 민망하고 추악한 상황들…, 싫고 밉고 알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인간의 악행들이 바로 우리를 가르치기 위한 반면교사의 말씀임을 깨달았습니다. 성경이 들려주는 모든 이야기가 온통 죄와의 치열한 싸움을 예고하시는 주님의 배려라는 사실에 감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성경을 주님의 심정으로 읽고 주님의 고백으로 들으려 노력합니다. 오직 말씀을 향하여 돌아서고, 그 말씀에 입각하여 살려 애쓰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인간의 죄가 얼마나 뿌리가 깊고 끈질긴지 알기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네 조상님들보다 훨씬 굳센 믿음을 살아내기를 기대하실 것입니다. 창세 이후 가장 교양 있고 품격 있고 고상한 역할을 살아 내리라 고대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선조들보다 훨씬 많은 교육을 받았으며 도덕적으로도 현명해졌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그네들처럼 치사하지 않으며 저열하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그날 주님께서는 나자렛 사람들의 완고함을 변화시켜 주지 않고 떠나가셨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서 갖은 힘을 쏟으시는 분, 매일매일 사랑을 배워 연습하며 익히도록 도우시는 그분의 은총을 거부하는 어리석음이 앞날의 지복을 좌우한다는, 따끔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제발 그분을 떠나보내지 맙시다. 성경과 친해져서 그분의 뜻을 온전히 이해해 드립시다. 하여 얄궂게 하늘만 탓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하느님의 편이 되어드립시다. 여름 햇살처럼 뜨겁게 주님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월평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