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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험담도 약이 될 때가 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29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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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해 쌓인 불편한 감정 해소
우울증 걸리지 않게 돕기도 하지만
습관성 험담은 중독에 걸릴 수 있어
공동체 분열 일으키며 신뢰 잃게 돼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는 분들이 우리 신자들 중에 많으십니다. 그러나 개똥도 약에 쓴다고 험담도 가끔은 약처럼 쓰일 때가 있습니다.

험담의 유용성은 어떤 것이 있는가? 돈도 없고 할 일도 없는데 에너지는 넘치는 사람들에게 험담은 돈 한 푼 안들이고 속풀이를 하고 기분을 전환하게 해주고 우쭐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즉, 우울증에 걸리지 않게 하는 치료기능이 있습니다.

험담이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쌓인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이라서 그렇습니다. 오래전 며느리들이 우물가에 앉아서 빨래를 하며 시어머니 험담을 한 것은 시집살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어떤 본당 신자분이 상담을 청하셨습니다. 본당신부가 신자들에게 험담은 대죄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당에서 부당한 일이 생겨도 입을 꾹 다물고 사는데 힘이 든다는 것입니다.

본당신부님이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이름을 들어보니 툭하면 주교님 험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당신부에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신부님이 주교님 험담하지 않으면 우리들도 신부님 험담하지 않겠다고요.

만약 험담을 하지 않으면 어떤 현상이 생기는가? 불편한 감정이 해소되질 않아 여러 가지 신경증적인 증세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늘나라가 태평성대를 맞이한 지 오래되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할 일이 없자, 모여서 남의 험담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보다 못한 하느님께서 이제는 절대로 남의 말을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니 어떤 사람은 입이 부르트고 어떤 사람은 입이 멍이 들었답니다. 입이 부르튼 사람은 험담을 하지 않으려고 입을 꾹 다물고 살다보니 부르튼 것이고 멍든 사람은 입에서 험담이 나올 때마다 자기 입을 때려서 멍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하는 수없이 그냥 생긴 대로 살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험담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유는 험담을 너무 자주하면 ‘험담 중독증’에 걸릴 수가 있고 험담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분열을 자초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잃기에 하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험담을 하는 것은 대죄는 아닙니다. 그러나 험담으로 누군가가 심각한 해를 입는다면 그것은 사안이 다르지요. 그런 것이 아니라면 가벼운 험담, 농담같은 험담은 해소에 도움이 되니 가끔씩은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험담하는 것이 불편해지고 기도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터인데, 그때가 바로 영성적으로 성숙단계에 들어갈 때입니다. 즉, 험담을 한다는 것은 아직은 미성숙 하지만,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