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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함께 가는 교회’의 여정과 온라인 / 이미영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29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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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다양한 온라인 신앙교육과 모임을 진행하고 참여하며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대면 만남이 조심스러워지고 성당에서 이뤄지던 신자 교육이나 모임도 대부분 중단된 상태에서 대안으로 온라인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많았는데, 온라인 교육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지 다양한 실험을 하며 직접 기획도 하고 다른 곳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이미 대부분의 학술발표나 회의는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었고, 본당에서도 레지오 모임이나 성서공부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곳이 늘었습니다. 몇몇 수도회나 단체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온라인 강좌, 기도 모임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데, 연구소에서도 얼마 전 한 본당에서 6주 동안 온라인 견진성사 교육을 처음 진행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신자들이 온라인 강의 동영상을 보고 퀴즈를 풀고 과제를 제출하는 프로그램을 단 한 번 사용방법 안내만으로도 큰 무리 없이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매주 수강자들이 제출하는 과제만 봐도 정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느껴졌는데, 끝나고 평가서를 받아보니 정해진 시간과 장소가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서 가장 편할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다시 볼 수도 있어 좋았다고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중간에 한두 번 대면 만남도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보완하면, 다양한 온라인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 수도회에서 주관하는 독서모임을 하나 이끌기도 하고, 지인이 초대한 에큐메니칼 독서모임도 하나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모임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평소라면 못 만났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나눔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한 화면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표정까지 고스란히 보이다 보니, 잠시 딴생각도 못 하고 더 집중하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말을 깊이 경청하며 서로의 삶과 생각, 신앙을 나누다 보니, 구성원들이 오래 사귄 친한 친구처럼 무척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세미나나 강좌도 이런 소모임 방식으로 발표는 짧게, 나눔을 길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진행할 때는 강사가 긴 시간 가르치고 짧게 질의응답을 받는 정도였는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온라인의 특성상 정보 전달은 짧게 하고 참가자들과 나눔 시간을 더 길게 가집니다.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신청하고 참여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처음엔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다가도 이내 스스럼없이 각자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온라인 교육이나 모임에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점은 수평적인 대화와 나눔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연구소에서 진행한 온라인 강독회에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수강생이 골고루 참여했는데, 평소 본당에서처럼 사제나 수도자가 훈화 말씀을 하고 신자들은 그저 듣는 분위기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부하는 벗으로서 하나의 주제를 두고 편하게 대화한다는 것이 참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때론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마주할 때도 있지만, 판단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고 서로 경청하면서 공감하고자 애쓰는 신앙인들과 만남은 퍽 즐거웠습니다.

이 여름이 지나고 10월부터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각 지역교회에서부터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함께하는 교회’를 이야기할 때마다 신부님들은 신자들이 별로 교회에 관심이 없고 잘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고, 신자들은 신부님들이 신자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 교회가 구성원들 간 수평적인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은데, 어쩌면 함께 가는 여정으로서 교회의 ‘공동합의성’을 배우고 익히는데 온라인이라는 방식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품어 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