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별처럼 빛나게 하소서 / 장현주

장현주(마리아·제1대리구 영통성령본당)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29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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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이고 굽이굽이 지리산의 재를 넘다 보면 배가 고픈지도 목이 마르지도 모른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교구 대건청소년회에서 청소년활동으로 진행하는 국제협약 자기 주도형 성장프로그램이다. 나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지도자로 탐험 활동을 매년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치악산 등에서 3박4일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 안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탐험 활동은 수많은 예수님을 만나는, 설레는 탐험 체험이다. 끝없이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늘도 만나고, 지쳐 배낭을 메고 누운 길가에서 나무 병풍 속 하늘도 만난다. 7~8시간 걷다 보면 마을 어른들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얼음물도 만나고, 텐트 치고 잘 곳을 찾으면 자신의 마당을 내어주고도 마음이 불편하시다며 방까지 내어 주시는 마음도 만나고, 그 마음을 설레면서도 고스란히 자신의 마음에 담는 아이들도 만난다. 모두 예수님의 모습이었다.

20여 명 아이들과 지리산 어느 재를 넘을 때였다. 해는 저물어가고 텐트 칠 마을은 나오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선생님, 저희가 잘 곳을 찾아볼께요”라며 열심히 앞장서 가더니 밭을 가는 아저씨한테서 잘 곳을 허락 받았다고 한다.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매실 밭 앞마당. 매실 밭 어르신은 밭이라 벌레가 많다며 모깃불 연기를 피워 주셨다. 돗자리로 울타리를 만들어 1인 샤워장을 만들었다며 감탄을 자아내던 모습, 어둠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텐트를 치는 모습, 랜턴 하나에 의지해 만든 저녁식사에 행복함을 담아 재잘거리는 모습…. 모두 예수님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속은 자연을 고스란히 듣고 볼 수 있다. 쏟아지는 듯한 별들. 한 아이가 견우자리, 직녀자리, 까치별들을 얘기하며 옛 비극의 러브스토리를 이야기를 한다. 보이는 건 별들뿐인 하늘이라 주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내 눈조차 별이 되어 간다. 이걸 보여주시려고 주님은 나를 여기로 데려왔구나. 이때 휙, ‘아! 별똥별’이다.

그날 난 떨어지는 별똥별을 여러 개 보았다. 그리고 별똥별을 온전히 마음으로 담으며 예수님의 별을 느꼈다. 아이들은 탐험 중 만난 수많은 예수님을 보며 그리스도적 삶의 가치를 깨달았을 것이다. 성경구절을 가르치기보다 몸으로 실천하는 배려를, 기도문 하나보다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보는 시선을, 자신의 죄를 고해하는 방법보다 타인이 주는 사랑을 감사히 받는 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도구로 나를 부르셨음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는 뭉클하게 밀려오는 벅참을 안고 주님께 기도한다.

“주님 이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나 당신 자녀로 빛나게 하소서. 어둠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처럼 빛나게 하소서.”

장현주(마리아·제1대리구 영통성령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