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터뷰]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허현 신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06-29 수정일 2021-06-30 발행일 2021-07-04 제 325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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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평화 위한 구체적 행동 실천하길”
교육 비롯해 다양한 활동으로 화해와 일치 필요성 알릴 것

허현 신부는 “분단된 한반도 현실을 기억하며 북녘 형제자매들을 위해 통일의 그날까지 기도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6·25전쟁 발발 71주년을 맞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정전 중인 국가다. 분단된 지는 76년을 헤아리지만 한반도의 화해와 일치는 여전히 우리 민족의 숙원이다.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낸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 위원장 허현 신부는 “일상적인 삶의 자리에서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실천을 위해 우선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고 정전 국가임을 아는 것과 아울러 그곳에도 하느님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사제도 없이 미사도 봉헌하지 못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신부는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잊고 살아가는데, 그렇게 잊고 무관심할 때 상황은 고착될 수밖에 없다”며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과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5일부로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허 신부는 해외선교 중 인사발령을 받았으나 코로나19로 아직 귀국 전이다. 해외선교 소임 이전에도 교구 민화위 총무, 부위원장 등으로 민화위 업무에 함께했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허 신부는 “일치하기 위해서는 화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움과 분노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화해가 이뤄질 수 없고 일치는 더욱 멀리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느님을 모르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하느님을 알지만 성체를 모시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허 신부는 “이를 매일 기억하는 것이 우리들 삶 안에서 하루빨리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 나와 우리를 위해 매일 기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없이 기쁜 것처럼, 언젠가 남한 신자들의 기도 노력을 알게 될 북녘 형제자매들을 위해 평화의 그날까지 기도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 신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잠정 중단된 하나원 미사와 새터민 모임을 다시 이어갈 생각”이라며 “왜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필요한지, 기도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다양한 교육 자리를 통해 알릴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중책을 맡아 부담도 크다”고 털어놓은 허 신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곳이 바로 북녘 땅임을, 한편 언어를 배울 필요 없이 대화하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임을 기억해서 하루빨리 그곳에서 성사가 거행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