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에게 선물하는 맛있는 밥
“오므라이스 주세요!”
“저는 김볶(김치볶음밥)이요~.”
주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홍미라 수녀(서울 인보의 집 원장·인보성체수도회)의 손이 바빠진다. 방금 들어온 두 가지 주문에 라면도 추가됐지만, 홍 수녀의 손길엔 거침이 없다. 웍으로 재료를 볶는 모습에서는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함께 준비하는 김정환 수녀도 홍 수녀와 보조를 맞춰 어느 틈엔가 뚝딱 음식을 만들어 냈다.
무료식당이라 하면 한솥 가득한 밥에 국, 반찬들을 식판에 담아주는 모습이 떠오르기 십상이지만, 서울 인보의 집에는 배식대가 없다. 대신 원하는 메뉴를 골라 주문한다.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 불고기덮밥, 라면에 공기밥까지. 김치볶음밥에는 날치알 추가 선택지도 있고, 라면도 매운 라면에서부터 짜장라면까지 원하는 종류를 고를 수 있다.
메뉴 선정은 청소년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가며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이 배고플세라 음식의 양을 많이 했지만, 요즘 청소년들이 주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간식도 따로 준비한다. 빙수, 떡볶이에서부터 퓨전음식까지 간식도 청소년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민해서 준비하고 있다. 수녀들은 메뉴 고민이 늘었지만, 새로운 간식 메뉴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오히려 소통의 기회로 삼았다.
메뉴도 많고 주문을 받고 나서 조리해야하니 일반 무료식당보다 손이 많이 가는 것이 당연지사다. 원하는 만큼 덜어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김치나 밑반찬도 수녀들이 직접 만든다. 식재료도 좋은 것을 쓰기 위해 수녀들이 새벽에 시장을 돌며 마련하고 있다. 메뉴를 줄이거나 통일하면 일이 줄어들겠지만, 수녀들은 굳이 고된 일을 자처한다. 이유는 하나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이 맛있는 밥을 먹었으면 해서다.
서울 인보의 집을 찾은 은혜(10·가명)양은 “수녀님들이 해주신 밥이 너무 맛있다”며 “맛있는 밥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