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영적(靈的) 커밍 아웃

강순조(알로이시오) 명예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3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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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에 신앙생활도 빼놓을 수 없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온 이래 236년만에 처음으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중단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사태를 겪으며 각 교구의 성직자, 수도자는 물론 평신도들도 큰 혼란의 늪으로 빠져드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자 각 본당에서는 철저한 방역 수칙을 전제로 한 소규모 미사 재개가 이루어져 성사(聖事)를 원하는 신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역할이 되어주었다.

우리 주위에는 모태신앙(母胎信仰)으로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는 신자가 있는 반면에, 성인이 되어 신앙을 받아들인 신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전자인 나는 30대 중반까지 별 탈 없이 순조로운 신앙생활을 영위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바쁘다는 핑계와 주위로부터의 많은 유혹들로 인해 조금씩 교회와 멀어지다가 급기야 냉담에 이르는 지경까지 치닫게 되었다. 하지만 태생 소경도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께서는 방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있는 나를 구해 주시고, 다시 일상으로 돌려주시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시편 23,4)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성경 말씀이 눈에 들어오고, 게을리 했던 기도생활도 레지오 활동을 하며 활력을 얻게 되면서 지나온 나의 신앙생활에 대한 묵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과거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온갖 시련과 박해 속에서 오히려 더욱 성장하는 신앙심을 드러내 보이신 것은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확실히 깨달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목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어린양임을 직시하고, 신앙을 받아들인지 오래지 않은 새 신자들과 함께 올바른 신앙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시도록 바람을 청해본다.

성경 안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 중에 ‘두려워하지 마라’(350번), ‘걱정하지 마라’(550번)는 말씀은 아마도 인간은 ‘나 없이 살 수 없는, 그래서 절대적으로 하느님을 필요로 하는 사람임’을 각인시켜 주시는 말씀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상생활과 더불어 신앙생활도 잠시 속도를 늦추고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며, 각자 삶의 그래프를 그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 7,7-8)

강순조(알로이시오)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