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코로나19로 생긴, 하느님과의 열정적인 데이트 / 박명영

박명영(가타리나) 시인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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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살다시피 한 나의 일상이 작년 2월 말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것이 정지됐었다. 처음에는 성당에 나갈 수도 없고 그렇게 좋아하는 글을 쓰는 문인 단체 모임도 나갈 수가 없게 되자 답답함에 가슴도 답답해 왔다. 아이들 수업도 온라인 줌 수업으로 하고 오로지 집에서만 지내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혹시나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아이들에게 옮길까봐 그게 제일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나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성무일도, 54일 기도 등 여러 기도문들을 바치고 10시에 유튜브로 미사를 봉헌하고 각종 성경 말씀 공부를 듣는다. 그리고 이른 점심을 먹고 나면 묵주를 들고 물왕 저수지 주변과 산현공원 야산을 돌면서 운동 겸 산책을 한다. 이 시간들은 하느님과 나의 친밀감이 형성되는 시간들이다. 청둥오리들의 한가로움에서 느긋한 마음을 느꼈고 백로와 왜가리 날개 짓에서 희망을 보았다. 무엇보다 산책하면서 야생화 꽃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서 난 하느님과 사랑에 빠져들어 갔다.

또한 묵주기도도 20단을 바치는 시간들이다. ‘왜 그동안 이런 즐거움과 행복함을 모르고 살아왔을까?’ 그동안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왔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하면서, 성당에 살면서 그 속에 나의 만족함이 들어있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한테 되물어보았다. 이런 느긋함에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들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았다. 내 나름대로 기도하였던 것들이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들이었기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과 대화하는 데이트 시간들을 간절히 원하고 계셨던가 보다.

지난달부터 아이들 수업도 늘고 또 본당에서 교육분과장으로 ‘신자 재교육 실시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책 두 권을 읽고 PPT 자료를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이렇게 또 성당일로 바빠지기 시작하였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힘들게 봉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분과 위원들과 분배하여 봉사하니까 좀 더 여유가 생긴다. 또한 구역장으로서 줌으로 반모임을 실시하고 반원들의 가정에 전화로 안부를 묻고 젊은 엄마들과는 줌으로 자녀들의 어려움을 나누기도 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은 나는 본당에서 ME대표 부부로도 활동하지만 이 활동 또한 줌 모임으로 10/10을 나누고 부부의 사랑으로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라나는데 도움이 되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

내가 글쓰기 지도교사로서 고학년과 중고등부는 줌으로 수업 실시하지만 아무래도 저학년은 너무 긴 줌 수업에 한계가 있어서 아이들과 조심스럽게 대면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하느님과 열정적인 데이트로 대화의 시간이 늘면서 작년과 같은 두려움은 많이 없어졌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동시를 짓게 하고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쓰는 지도를 하면서 하느님의 사명을 깊이 깨닫는다. 내가 받은 사명은 가정의 소중함과 그 가정의 어린이 및 청소년과 함께하는 삶이다. 스마트폰과 혼란한 세상에서 책을 읽게 하고 동시를 써보게 함으로써 마음을 맑게 해주는 일, 그리고 다양한 책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깨우쳐주는 역할이 나의 사명임에 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이런 나의 소명은 내가 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진행될 것이며, 또한 하느님과의 열정적인 데이트 시간들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과의 열정적인 데이트 시간이 함께하기에 나의 사명도 열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들이 오히려 행복한 시간의 여행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명영(가타리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