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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6·25 전쟁과 종전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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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6ㆍ25전쟁이 발발했던 6월 25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6월 25일이 다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현재의 불완전한 정전체제가 언제쯤 끝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서인지 무감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전쟁이 잠시 중단된 ‘정전’ 상황인지, 아니면 모두 끝나버린 ‘종전’ 상황인지 헷갈리기조차 합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남북간 충돌이 있을 때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정전’ 상황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불완전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6ㆍ25전쟁 발발 70주년이던 2020년부터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한반도 평화선언’이라는 방식을 통해 전 세계 1억 명의 서명과 각계의 지지를 모으는 활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6ㆍ25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자는 의미로 전 세계에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7대 종단이 참여하고 있어 우리 천주교에서도 서명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는 ‘6ㆍ25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합시다’,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듭시다’,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합시다’, ‘군비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합시다’와 같은 내용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가 평소 갈구해 왔던 내용들입니다. 우리의 신앙 교리와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참여한 분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일까 홈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됐음에도 그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만 해도 얼마인데, 형제 교회인 개신교 신자들까지 합치면 또 얼마인데, 더군다나 7대 종단의 숫자까지 합치면 얼마인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SNS를 통한 서명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정치 지향적이라고 생각하셔서 소극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국제사회를 향한 우리 내부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 한다면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국회에서도 ‘남북정상합의 국회 비준 동의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촉구를 위한 국회의원 및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합동 기자회견’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사민당과 기민당이 정파를 떠나 통일독일을 향한 일관된 활동을 유지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듭니다.

그러나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지를 모아 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바라봤을 때 ‘한반도에 있는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는 거야, 그렇지 않은 거야’라는 의구심이 들도록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믿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행위는 다 죄입니다”(로마 14,23)라는 말씀이 크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