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정치인의 신앙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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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신앙의 가르침은 사라지고 세속의 가치가 삶을 지배한다. 신앙과 삶의 유리 문제는 신자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뿌리 깊은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신앙과 언행의 불일치는 신자 정치인들에게서 자주 드러난다.

최근 미국 주교회의는 교회 가르침을 거부하는 경우 성찬례의 은총에 참여할 권리를 박탈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낙태를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이 사안은 두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하나는 신앙인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신앙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찬례 참여를 거부하는 일은 지극히 신중한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낙태는 사형제 폐지와 함께 한국교회 안에서도 가장 중대한 생명윤리 문제다. 특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한국의 생명운동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을 신앙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아쉽게도 많은 경우 신자 정치인들에게서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서 성찬례의 은총을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조치도 바람직할지 의문이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영성체 거부 움직임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다. 논란이 많은 문제이고 교황청은 좀 더 신중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현실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에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