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톨릭사랑평화의집 자원봉사자 원용희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도시락 배달 봉사하며 노숙인서 나눔 천사로
지적장애에도 불구하고 5년째 꾸준히 봉사 이어 와
폐지·고철 팔아 기부도 실천
“봉사는 하느님의 일이에요”

고철을 주워 나르는 원용희씨.

6월 17일 오전 11시 원용희(요셉·53·서울 해방촌본당)씨가 서울 후암동 쪽방촌 일대를 지나자 거리에 나온 이들이 원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원씨는 자전거에서 도시락을 내려 쪽방촌 구석구석을 누빈다. 지적장애를 지닌 원씨의 손놀림은 느리지만, 이날 도시락 20개를 모두 전하는 동안 손은 멈추지 않았다.

원씨는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좋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씨가 이렇게 가톨릭사랑평화의집 봉사자로 쪽방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한지는 벌써 5년째다.

원씨는 원래 이곳 쪽방촌 주민이었다. 11살 무렵부터 노숙 생활을 해온 원씨는 구두닦이, 껌팔이, 신문팔이, 막노동, 고물줍기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하지만 보호자 없이, 지적장애를 가진 채 변변한 교육도 받지 못한 그는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원씨의 인생이 바뀐 것은 2017년 1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이 실시한 ‘쪽방 주민 이웃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이때부터 원씨는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 가정에 식사를 전하고, 어려움이 없는 지 두루 확인하는 활동을 해왔다.

가진 것 없고 지적장애를 지닌 원씨를 ‘땡칠이’라 부르며 놀리던 이웃들도 한 명 두 명 원씨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봉사에 열심인 원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그를 도왔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쪽방촌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원씨는 이제 쪽방촌 주민이 아니지만, 40분 거리를 걸어와 여전히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한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과 돌아온 후에는 하느님께 기도한다. “봉사 잘 하고 오겠습니다”와 “봉사 열심히 하고 왔습니다”뿐인 기도지만, 원씨에겐 중요한 시간이다. 그에게 봉사는 “하느님의 일”이기 때문이다.

원씨는 동전이 생길 때마다 모아 쪽방촌 할머니들 반찬을 해달라며 서울 인보의 집에 기부하기도 하고, 고물을 모아 판 돈으로 도시락을 사서 쪽방촌 할머니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일 해서 번 돈은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하느님한테 하는 일(나눔)은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봉사를 더 잘 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해요. 더 많이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