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73) 음악이 주는 위로와 기쁨

한준 (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
입력일 2021-06-08 수정일 2021-06-08 발행일 2021-06-13 제 324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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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감성을 선물로 주신 이유

저녁 퇴근길, 오늘도 라디오를 들으며 퇴근한다. 그 시간 내가 즐겨 듣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나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오프닝에서 사회자가 항상 오늘 하루 참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처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오늘 하루 고생한 내가 정말 위로와 격려를 받는 것만 같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의 이국적인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숲속 작은 오솔길을 걷는다거나, 넓고 푸른 초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거나, 아니면 어느 허름한 주점에서 소울(soul) 가득하게 노래하는 여가수 앞에 앉아있다는 상상이 된다. 하루 종일 긴장하며 날카로워졌던 마음도 풀어지고, 그 순간만큼은 무엇을 줘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의 행복과 기쁨이 느껴진다.

사실 내 인생에서 음악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음악은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내 마음을 공감해 주고, 때로 이리저리 요동치는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그런 존재였다. 마주한 현실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통해 내가 느낀 잠시간의 자유로움과 위로는 충분히 큰 힘이 되었다. 마치 내 영혼을 달래 주는 하느님의 선물 같았다.

물론 음악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예쁘게 핀 꽃이나 파란 하늘도 그렇고, 미술이나 예술 작품 등 많은 것이 그렇다.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번식을 위해 특정한 색과 냄새를 내뿜는 생식기일 뿐이고, 지구 과학적으로만 보면 특정 파장의 빛이 기체 분자에 더 많이 분산되는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들을 보면서 힘듦을 잠시 잊고, 자유로움과 위안을 얻으며, 때로 하느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하신다는 깨달음을 얻게도 된다. 그게 뭐라고, 왜 그런 것일까.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감성(感性), 즉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선물로 주셨기 때문이다. 감성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선물로 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시고, 함께하신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 준다.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 다 없어져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 누군가로부터 따스한 위로의 말을 듣거나, 기도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으면서 이겨낼 수도 있다. 혹은 그냥 무심히 감미로운 음악 한 소절을 들으며 잠시 잊어버릴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자유롭고 행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어떤 순간에도 너희는 행복할 수 있다고, 언제나 내가 함께한다고, 그것을 깨달으라고, 그렇게 찰나의 은총을 깨닫도록 해 주시는 것 같다.

인생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방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우리가 처한 힘든 상황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도 애쓰시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세상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당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기뻐하고 감사하며, 당신께 깊은 찬미를 드리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그런 삶의 태도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고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게 하시는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 우리를 해방시킨다고 하시면서 순간순간을 더 잘 즐기면서 살아가라고, 순간순간을 더 잘 즐기며 사는 이들은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의 의미를 체험하고 가장 단순한 현실에 익숙해져 이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하셨다(회칙 「찬미받으소서」 223항 참조). 그러면서 음악과 미술 같은 것을 예로 들면서 그런 데서 만족을 느낄 때 가진 것이 없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떨쳐 버릴 수 있다고 하셨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코로나19 등으로 세상이 많이 암울하고 걱정스럽다. 모두가 위로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다. 많은 것을 감당하고 견디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주신 감성을 바탕으로 그분께서 주신 위로와 기쁨을 주변에서 발견하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 그게 음악일 수도 있고, 다른 무엇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보다 행복해졌으면 한다.

한준 (요셉·한국CLC 교육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