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목포 산정동성당, 한국 첫 ‘준대성전’ 지정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6-08 수정일 2021-06-08 발행일 2021-06-13 제 324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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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경신성사성, 5월 10일자로 칭호와 품격 부여
순교자 기념성당이 지닌 역사·예술·신앙 가치 인정
권리·전례적 특전 주어져 정해진 날 전대사도 가능

국내 최초로 교황청 지정 준대성전(Minor Basilica) 지위를 부여받은 목포 산정동 순교자 기념성당 전경. 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 순교자 기념성당이 국내 최초로 교황청이 지정한 준대성전(Minor Basilica)의 칭호와 품격을 부여 받았다.

광주대교구는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부여한 고유 권한에 따라, 5월 10일자로 가톨릭목포성지 안에 자리한 산정동 순교자 기념성당에 준대성전의 칭호와 품격을 부여했다고 6월 4일 발표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광주대교구에 보내 온 발표문에서 “김희중 대주교님께서 성직자와 신자들의 소청과 기원을 표명하여 2020년 11월자 서한으로 청원하신 바 있다”며 “경신성사성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본 성성에 부여하신 고유한 권한에 따라, 목포시에 소재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 십자가 현양’에 봉헌된 본당에 준대성전으로서의 호칭과 품격을 부여하는 바이며, 아울러 그에 상응하는 모든 권리와 전례적 특전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준대성전은 역사적, 예술적, 신앙적인 면에서 중요성이 인정되는 성당에 붙여지는 명예로운 칭호로, ‘정해진 날들’에 준대성전을 경건하게 방문해 거룩한 예식에 참여하거나, 적어도 주님의 기도와 신경을 바치는 신자들은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 등 전대사의 통상 조건을 갖추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정해진 날들’은 ‘준대성전의 봉헌 주년 대축일’과 ‘9월 14일 준대성전의 주보 대축일’,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5월 10일 준대성전 칭호 부여 주년 기념일’, ‘한 해에 한 번 교구 직권자가 지정한 날’, ‘한 해에 한 번 신자 각자가 자유롭게 선택한 날’ 등이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5월 10일자로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에게 보낸 발표문.

목포 산정동 순교자 기념본당은 1897년 교구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본당이다. 당시 수차례에 걸쳐 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목포로 이주해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곳이다.

이곳은 특히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제4대 교구장 안 파트리치오 몬시뇰과 주임 고 토마스 신부, 보좌 오 요한 신부 등 3명의 사제가 사목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3명의 사제와 전기수 그레고리오 신학생과 고광규 베드로 신학생 등 5명은 현재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근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 명단에 포함돼 이들의 시복을 위해 많은 신자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또한 산정동 순교자 기념성당은 1953년 한국교회사상 처음으로 레지오마리애가 도입된 곳으로, 광주대교구는 2009년 11월 산정동 주변을 가톨릭 목포성지로 조성하기로 목포시와 협약을 맺고 10여 년에 걸쳐 성지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한국 레지오마리애 기념관과 교구 역사박물관을 건립했고, 2020년 10월 새 성당을 완공하고 성당 내 제대에는 십자가 보목을, 제단 양쪽 기둥에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부모인 성 루이 마르탱과 성녀 마리아 젤리 마르탱의 유해를 각각 안치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목포 산정동 순교자 기념성당에 준대성전의 칭호와 품격을 부여해 주신 교황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신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전대사의 은총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