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체거동’ 지역 전통문화로 거듭난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6-08 수정일 2021-06-08 발행일 2021-06-13 제 324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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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합덕·공세리본당, 공동으로 행사 마련
사물놀이패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으로 승화
‘가톨릭 전통문화 보존회’ 발족해 활성화 도모

대전교구 당진 합덕본당(주임 허숭현 신부)과 아산 공세리본당(주임 홍광철 신부)이 함께 성체거동 행렬을 실시하고 가톨릭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성체신심 행사인 성체거동의 전통을 보존하고 활성화시킬 것을 약속했다.

두 본당은 6월 3일 오전 10시 합덕성당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 뒤, 성광에 성체를 모시고 합덕제 일대를 둘러 다시 성당까지 2㎞ 남짓한 길을 따라 성체거동 행렬을 했다.

행렬은 사물놀이패가 길을 잡고 20여 기의 만장, 십자가와 초, 향을 앞세운 성광에 이어 300여 명의 신자들이 뒤를 이어 온 마을을 축제 마당으로 이끌었다.

행렬은 충청남도 기념물 제70호인 통일신라시대 제방 합덕제를 둘러싸고 이어졌다. 특히 행렬 중 수리민속박물관 광장, 합덕제 길 중간 방죽, 그리고 농촌테마공원 인근 등 세 곳에서 분향과 성체 강복을 했고, 미사가 봉헌된 합덕성당 마당에서 마지막 성체 강복을 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날 성체거동 행사는 합덕본당과 공세리본당이 지난 4월 7일 공세리본당에서 ‘성체거동 협약’을 맺고 “오랜 신앙 전통으로 내려오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의 성체거동 행렬을 복원하고 계승 발전시킬 것”을 다짐한 후 열린 첫 행사다.

6·25전쟁 당시에도 성체거동의 전통을 이어왔던 두 본당은 2020년 5월 ‘성체거동 준비위원회’를 발족, 매년 성체거동 행사를 교대로 거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공세리성당에서 성체거동 행사가 열린다.

이날 협약식 자리에서는 두 본당 출신 사제들도 참석해 성체거동의 신앙유산을 활성화하고 무형 문화재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두 본당이 소재한 아산시와 당진시도 성체거동을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문화 전통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두 본당은 특히 사목자가 바뀌어도 성체거동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두 본당 평신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가톨릭 전통문화 보존회’를 발족하고, 향후 성체거동 행사를 주관하도록 했다.

합덕본당 주임 허숭현 신부는 “성체거동은 신앙의 보물이기에 함께 지켜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던 것처럼 우리 각자가 기꺼이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세리본당 주임 홍광철 신부는 “성체거동 행사는 모내기 후 모든 지역민들이 함께 휴식을 취하는 축제의 일환이기도 했다”며 “가톨릭교회의 종교 문화 전통인 성체거동을 소중한 문화 유산으로 활성화함으로써 지역 문화도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