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오리게네스에게 영성을 묻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1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1800년 전, 교부는 관상과 활동의 균형 강조했다
윤주현 신부 지음/240쪽/1만5000원/가톨릭출판사
일생을 순교 정신으로 살았던 교부의 영성적 전망 살펴봐
진정한 쉼 발견 못하는 시대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안내
기원후 18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자 가정에서 태어난 오리게네스. 신앙을 증거하며 장렬하게 순교한 아버지를 보며 신앙에 대한 큰 뜻을 품었던 그는 훗날 교회의 첫 번째 대(大)학자가 된다. 아버지가 순교한 뒤 집안이 몰락했지만 어느 부유한 여성 신자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갔던 오리게네스는 명민함을 인정받아 알렉산드리아의 교리학교에서 사람들을 가르쳤고, 신학 공부에 정진한다.

오리게네스가 남긴 작품은 2000여 권으로 추정된다. 「육중역본」과 같은 구약성경 본문 비판본을 비롯해 성경 주해, 호교론적인 작품, 교의적인 작품, 실천윤리적인 작품, 편지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펼치며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함께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위대한 학자이자 영성가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윤주현 신부(가르멜수도회 인천수도원)는 “오리게네스의 영성을 모르면 그리스도교 영성의 원류를 알 수 없다고 할 만큼 그가 그리스도교에 남긴 영향은 지대하다”고 밝힌다. 오리게네스는 일생을 순교 정신으로 살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으로 동시대 사람들을 비롯해 후대의 수많은 사람에게 참된 신앙의 빛, 영성의 빛을 비춰줬기 때문이다.

가톨릭 영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가톨릭 영성 학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윤주현 신부는 두 번째 책에서 영성의 역사를 열어젖히는 오리게네스의 영성을 살펴본다.

저자 윤주현 신부는 교부 오리게네스를 소개하면서, 하느님에 대한 관상으로 나아가는 교부의 영성적 전망을 살펴본다.

오리게네스의 영성을 살펴보기에 앞서 윤 신부는 오리게네스가 주도했던 교부 그룹 ‘알렉산드리아 학파’에 대해 설명한 뒤 그가 영성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던 삶의 모습들을 알아본다. 이어 오리게네스 작품에 나타난 다양한 영성적 표현들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개별 신자와 그리스도의 내밀한 관계를 표현했던 ‘영적 결혼’을 비롯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신비적인 사랑을 표현한 ‘사랑의 상처’, 교회 구성원들 간 사랑의 친교를 의미하는 ‘사랑의 입맞춤’ 등이 소개된다.

오리게네스의 영성적 전망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은 하느님에 대한 지복직관, 즉 그분에 대한 관상에 있었다. 나아가 그는 관상을 바탕으로 한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가르쳤다. 윤 신부는 ‘하느님을 보는 것’을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여겼던 오리게네스의 가르침을 설명하며 “이런 오리게네스의 가르침은 당대를 비롯해 후대 수도자들의 영성적인 삶에 영향을 줬다”며, “특히 오늘날 말하는 ‘거룩한 독서’의 이론적인 근거가 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관상과 활동의 조화로운 관계가 내포한 깊은 의미를 성찰했던 오리게네스의 뜻을 전하며 윤 신부는 “기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주님의 사랑을 알려야 한다”고 밝힌다.

영성이나 신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시대, 왜 윤 신부는 오리게네스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가시적인 성과로만 평가받습니다. 그 어디서도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는 공동체를 찾기란 쉽지 않죠. 이처럼 궁극적인 쉼을 발견하지 못하는 시대에 오리게네스는 진정한 쉼을 선사해 주시며, 우리 존재에 궁극적인 의미가 되는 하느님께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오리게네스를 통해 새롭게 그리스도를 만나고 사랑하며 천상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