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너라서 특별해 / 박민규 기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1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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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재미없으면 그냥 자. 대신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 말이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만 있었던 아이들에게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계속해서 남달랐다.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다고 결심했던 친구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응원하며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가진 개성과 잠재력을 참 잘 끄집어냈고, 이런 선생님의 동반은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교회도 청소년들과의 동반을 중요시한다. 주교회의가 10년간 작업 끝에 5월 24일 발간한 「청소년 사목 지침서」의 핵심이 ‘동반’이다. 여기서 동반은 단순한 동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엠마오로 향하는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같은 시선에서 바라본 그리스도를 모델로 삼는다.

거창한 이론은 아니지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결코 쉬운 개념이 아님을 느낀다. 진정한 동반이란 무엇일까.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학도 중요하고 스펙도 중요하다.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들의 역할은 필요하다.

하지만 동성고 교장 조영관 신부는 학생들과 면담에서 “너는 너이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말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잘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고 재촉하는 많은 어른들과 현실 속에서 “너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라고 말해주는 어른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응원하고 있는 고2 때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