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육군 제7보병사단 칠성본당 군종병 공동체를 만나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1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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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단 십자가 생각하며 주님 말씀 실천하죠”
상근·비상근 군종병 30여 명 깊은 유대감으로 활발히 활동
‘또래 상담병’ 역할 맡으며 본당-부대 사이 ‘선교의 다리’
대건회 활동 통해 형제애 키워 전역 후에도 신앙생활 이어 가

김상기 신부가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에 칠성본당 군종병 단체인 ‘대건회’ 신임 간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상기 신부 제공

강원도 화천 육군 제7보병사단 칠성본당(주임 김상기 신부) 소속 군종병들이 활발한 신앙생활과 끈끈한 우정으로 군종병 활동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칠성본당 군종병들은 군복무 기간 중 자신들의 신앙은 물론이고 주변 신자, 비신자 동료 병사들의 신앙까지 돌보면서 부대 안에 선한 에너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군종병으로서 키운 신앙을 사회에 나가서도 꽃피우고 있다. 7사단 군종병들 활약상을 들여다본다.

■ 칠성본당 군종병 공동체는

7사단 칠성본당 군종병은 상근과 비상근을 합해 모두 30여 명이다. 상근 군종병은 군대 내 보직이 군종병인 병사로 민간 본당의 사무장과 수도자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과거에는 군성당 안에서 숙식을 하기도 했지만 관련 법규가 바뀌면서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 오후 5시30분 퇴근한다. 주일에 정상근무하기 때문에 월요일이 대체휴무일이다.

비상근 군종병은 평일 일과는 각 소속 부대에서 보내고 주일에만 본당 사목을 돕는 인원들이다. 사단 예하 대대별로 1명씩 비상근 군종병을 두고 있다. 이들은 주일미사 봉헌 장소에 따라 칠성본당과 공소 2곳(왕자공소, 신교대공소)에서 주일미사 뒷정리, 청소, 훈련병 간식 분배 등 상근 군종병 혼자 하기 힘든 일들을 돕는다.

■ 군종퀴즈쇼 전군 1위, 군종병 사명감 다지는 계기

칠성본당은 군종교구에서 군종병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곳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방부에서 실시한 ‘온라인 군종퀴즈쇼’에 참가해 전군 1위를 차지했다. 평소 칠성본당 군종병들이 열심한 신앙생활과 봉사에 힘쓴 모습이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난 사례였다.

군종퀴즈쇼에 참가한 군종병들은 김상기 신부 지도 아래 가톨릭 교리 공부에 매진했고 “공부했던 것에서 다 나오네요!”라고 감탄사를 쏟아내며 정답 행진을 펼쳤다. 군종병들은 전군 1위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을 성당 유지와 보수를 위해 자발적으로 봉헌했다. 김 신부와 군종병들은 7사단에서도 표창을 받았다. 군종퀴즈쇼 전군 1위와 사단 표창 등은 칠성본당 군종병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보다 굳건히 다지는 촉매가 됐다.

■ 가슴에는 군종 마크

칠성본당 군종병들은 군복에 천주교 군종 마크를 달고 있다. 본래 상근 군종병만 군종 마크를 달지만 김 신부가 군종병의 정체성을 분명히 심어 주기 위해 각 부대 지휘관들과 협의해 비상근 군종병들도 군종 마크를 달도록 했다. 주일에만 군종병으로 활동하는 비상근 군종병들도 평일에 각자의 보직에 따라 군복무하면서도 가슴에 달고 있는 군종 마크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 군종 마크는 부담감이 아니라 책임감과 봉사정신으로 작용하며 주변 병사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칠성본당 군종병들은 같은 부대 병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또래 상담병’ 역할을 맡고 있고, 본당과 부대 사이에서 선교의 다리가 되고 있다. 비신자나 입대 전 오랫동안 냉담했던 병사들은 군종 마크를 달고 있는 군종병들과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군본당과 군종신부의 존재를 알게 되고, 군종병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거나 냉담을 풀기도 한다.

연승여단 사자대대에서 19개월 동안 군생활하며 군종병으로 활동했던 이은재(아우구스티노)씨는 “군종 마크가 제 군복에 부착돼 있기에 어디에서나 천주교 신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고 그렇기에 항상 주님의 말씀을 행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쌍용포병여단 군종병 출신 신광철(라파엘)씨는 “어릴 적에 성당에 다녔던 기억이 있어 군생활 동안 보람 있는 주말을 보내자는 생각에서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면서 “선임 군종병들에게 호감이 가 나도 군종병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방부에서 실시한 온라인 군종퀴즈쇼에 참가한 군종교구 칠성본당 군종병들의 모습.

군종교구 칠성본당 군종병 복사들이 지난 3월 28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에서 퇴장하고 있다.

■ ‘대건회’에서 키운 신앙, 전역 후에도 이어져

칠성본당 군종병들은 ‘대건회’를 조직해 매주 미사 전후, 특히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에 끈끈한 형제애를 나누고 있다. 올해 부활절에는 회장과 총무, 부장 등 간부 7명을 새로 뽑아 더 열심히 군종병 활동을 하자고 서로 격려했다. 대건회는 전체 부대 병력 중 소수의 천주교 신자 병사들, 그 중에서도 소수인 군종병들이 만들고 꾸려 가기 때문에 결속력과 소속감이 강하다. 전역 후에까지 살아 있는 신앙이 이어지는 이유다.

7사단 상근 군종병으로 복무한 뒤 대학에 복학한 김형준(미카엘)씨는 “부활이나 성탄 시기가 다가오면 대건회 회원인 대대 군종병들과 며칠간 숙식을 같이 하며 성당 옆 교육관에서 대축일 맞이 준비를 했다”면서 “예수님을 참으로 만나고 우리가 신앙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체험담을 소개했다.

7사단 81㎜ 박격포병으로 복무하며 군종병 활동을 했던 이태윤(요셉)씨도 “미사 선창자로 봉사할 때, 미사가 끝나고 ‘성가가 참 좋았다’고 말해 주는 병사들이 고마웠다”며 “전역 후 광주대교구 강진본당에서 전례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군종병 경험을 통해 나의 신앙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