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편지] 알렐루야, 호산나 / 노혜봉

노혜봉(데레사) 시인
입력일 2021-05-25 수정일 2021-05-25 발행일 2021-05-30 제 324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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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는 내 머리카락 한 올도 헤아리신다.’

2017년 10월 31일 오후 6시 조금 지난 시각, 나는 심근경색으로 느닷없이 집안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그 다음날 저녁 무렵 중환자실에서 깨어나고 한 3일 동안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전혀 모른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전날 병원에서 관상동맥 그물 시술을 끝낸 시각이 밤 12시30분이었다고 한다.

“알렐루야, 주님을 찬미합니다. 주님, 제 목숨을 살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그분은 늘 나보다 나를 살피시고 내 몸 상태를 샅샅이 다 알고 계셨구나) 주님, 주님을 사랑합니다.”

가슴뼈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어서 비몽사몽 정신이 흐릿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나는 길에서 소매치기한테 당했다고 생각하고는, 아들을 보면서 가방부터 먼저 찾았다고 한다.

나중에 남편한테 들은 말로는, 남편 컴퓨터 방으로 들어와 좀 전에 대봉감 먹은 것이 체한 것 같다고 등을 쳐 달라고 하더란다. 화장실에 들어와 두어 번 등을 쳤더니 곧 쓰러져 머리를 받쳐서 잡고 거실로 와 눕히니까 잠시 뒤에 깨어났다고 한다.

걱정이 되어 남편이 아들한테 전화 연락했고 1시간 후 아들이 도착했다. 내가 다시 화장실에 가 토하려다가 또 쓰러져 아들이 급히 심폐호흡을 시키면서 119에 전화했고 서울대 분당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 것이다. 응급실로 가는 도중 구급차 안에서 심장이 멈춰 전기 충격요법을 썼다고 한다.

그 와중에 아들은 집에 있는 아버지한테 아무래도 엄마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각오를 하고 계시라고 했다고 한다. 혼자서 아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주님께 성모님께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바쳤을까.

중환자실에서 9일간 치료를 받고 집중 치료실로 와 겨우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내가 왜? 하필이면 심근경색이란 병에 걸리게 되었나’ 곰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병의 원인은 누적된 스트레스성 과로. 참고, 또 참은 것이 마침내 터졌던 것이다.

문제는 뉴욕에 있는 딸이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2년 전부터 가슴에 통증이 온다고 호소를 했었다. 나는 아들과 딸바보인 남편한테는 비밀에 부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았다. ‘2년 전 서울에 왔을 때, 초음파 검사도 했었는데… 전문의 진료 결과, 이상이 없다고 했으니 스트레스성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딸을 위해 간간이 성당에서 성모님께 특별 기도를 바쳤었다. ‘주님, 제 딸 히야친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병이 나면 곁에서 돌봐 줄 남편도 자식도 없으니 주님께서 잘 지켜 주소서’(내가 퇴원 후 딸이 입국, 정밀검사 판독은 변이성 협심증)

어려운 시술을 하셨던 심혈관 전문의의 말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는데 내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했다. 아마 시집도 가지 않은 딸 때문에 좀 더 살아야 했으니까 무의식중에서도 안간힘을 쓰면서 주님께 제발 살려 달라고 발목을 붙잡았으리라.

일반 병실로 옮겨 온 후에 나는 성녀 카타리나가 한 말을 딸한테, 또 나한테 휴대전화 문자로 보내 주었다.

‘하느님은 온 우주에 너 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사랑하신다. 너를 사랑하는 일밖에 없는 것처럼 너를 사랑하신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하느님, 손에 모든 일을 의탁하자. 알렐루야.

냉담 중이었던 남편은 그 후, 평화방송을 보면서 성경의 뜻을 새기면서 매일 미사를 드리고 묵주 기도를 바친다. 알렐루야 호산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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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봉(데레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