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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날 선 반응 속에서도 기대해 보는 것들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5-25 수정일 2021-05-25 발행일 2021-05-30 제 324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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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북측의 날선 반응들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5월 2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우리를 향해 비난 담화를 발표했고, 같은 날 외무성 미국 담당 권정근 국장과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를 향해 비난한 것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대북 전단살포는 북측이 지난해에도 날 서게 반응했던 부분입니다. 지난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에 대해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 담화(2020년 6월 4일)를 시작으로 비난 담화가 있었고, 남북통신선 차단(6월 9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6월 16일) 등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바가 있습니다.

로동신문은 대북 전단살포를 ‘바람에 의하여 이상한 물건이 날려가는 것’이라 표현하며 “악성 비루스가 류입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간주하고 국가적으로 시달된 방역규정의 요구대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것이 최대로 각성된 공민의 본분이고 의무”라고 밝히고 있어 대북전단 문제를 국가 방역조치에 위해를 주는 활동으로 인식하는 듯합니다.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생물전으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북중 접경지역 봉쇄와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해상 총격을 연상시켜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미국을 향한 반응은 직전에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연설’과 ‘북한자유주간 행사 시 미 국무부 성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고존엄 모독’, ‘대조선 적대시 정책’ 등의 표현이 있었습니다만 거친 표현에 비해 그 내용은 일반적이었습니다. 아직 미국의 대북정책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표현에 따르면 “철저하고 엄격하며 포괄적인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는 언급만 있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북측 반응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측에서는 올해부터 여러 차례 다양한 계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응, 말레이시아 북한 국적자의 신병인도에 대한 반응,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 관련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응 등 많은 입장이 있었습니다.

기대되는 것은 미국이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북측에 만나자는 제안을 하자 북측이 보인 “잘 접수했다”는 반응입니다. 통상 불만이 있으면 접수를 거부하거나 답을 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춰보았을 때 변화된 모습입니다. 성급한 기대는 하지 않으나 모든 결과물들의 시작이 미약한 데서 출발하기에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누가 감히 미약하게 시작한 날을 비웃느냐?”(즈카 4,10)는 말씀처럼 점차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