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다식… 타인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판단은 냉철하게 모친 故 최경자 여사 기도로 자연스럽게 사제의 길 걸어 언어 능력에도 남다른 탈렌트 악기와 작곡에도 조예 깊어 부산가톨릭대 총장 맡으며 지역 사회 현안 몸으로 체험
“명석하고 성실하다.” “배려심이 넘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다재다능하다.”
부산교구 신호철 신임 보좌주교 곁에서 그를 봐왔던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악기 연주와 작곡, 외국어에도 능하다고 한다. 교구장 손삼석 주교를 보필하며 부산교구를 함께 이끌어갈 신호철 주교의 삶과 신앙을 돌아본다. ■ 하느님께 봉헌된 아이 “어머니는 오빠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심정으로 키웠다고 하셨어요.” 신호철 주교의 동생 신선아(로사리아·44·부산 못골본당)씨는 “오빠는 어머니에게 각별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선종해 지금은 고인이 된 모친 최경자(율리아나) 여사는 신 주교를 임신한 순간부터 사제의 길을 걷도록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깊은 신심과 열심한 기도생활을 실천해온 최 여사는 신 주교에게 신앙 멘토였다. 가정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신 주교를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신 주교는 부친 신용한(클레멘스·96·부산 문현본당)옹과 모친 최경자 여사의 4남4녀 중 다섯째다. 신 주교는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남다른 감성과 재능을 보였으며, 공부를 잘하고 말썽부리지 않던 모범생이었다고 동생 선아씨는 회상한다. 신 주교에게도 반항(?)의 시기가 잠깐 찾아왔다. 신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등학생 시절, ‘내 인생인데, 내가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신학교 진학에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바람대로 신학교에 진학한 신 주교는 그러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사제상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문현본당 소속으로, 1996년 사제로 서품된 신 주교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요한 14,6)를 서품 성구로 정했다. 결국 자신이 걸어갈 사제의 길은 그 누구의 뜻도 아닌, 오직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뜻이라는 깨달음이 담겼다. ■ 명석한 신학생 “어떤 분야에서든 박학다식하고, 설명은 어찌나 잘 하는지요.” 신 주교와 사제서품(1996년) 동기인 곽길섭 신부(교구 관리국장)는 신 주교에 대해 “굉장히 똑똑하고 성실하다”고 말했다. 신 주교 스스로는 신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교수 신부님들이 저를 싫어하셨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제나 많은 질문으로 교수 신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학업에 충실했던 신 주교에게도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한번은 대학원 입학 직후였다. 하루는 학부 시절 4년 동안 정리했던 공책을 모두 버렸다고 했다. 신 주교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교만했던 것 같다”며 “교수 신부님들이 저를 잘 가르치신 덕분에 제 눈이 높아졌던 것인데, 그때는 그걸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원 공부에 소홀했던 신 주교에게 어느 날 한 교수 신부가 지적을 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신 주교는 그때 다시 학업에 정진했다고 한다. 두 번째 위기는 유학생활 중 찾아왔다. 동생 선아씨는 “유학생활이 마치 광야생활을 하는 듯 힘들었다고 했다”며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힘드셨지만, 이를 악물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유학시절 고생은 박사과정 후 하얗게 샌 머리와 줄어든 체중으로 알 수 있었다고 선아씨는 기억했다.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