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톨릭성가 속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4)바흐와 헨델(하)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5-17 수정일 2021-05-18 발행일 2021-05-23 제 324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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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루터교 신자 ‘음악의 어머니’
‘메시아’ 비롯 위대한 교회 음악 남겨
83번 ‘주 찬미하라’ 원곡은 
유다 마카베오 활약상 담은 곡
성가로 재탄생하며 가사 변경
유명한 시편 117편 내용 담아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초상화.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도 앞서 소개한 바흐와 마찬가지로 독실한 루터교 신자였다.

헨델 또한 ‘알렐루야’로 유명한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비롯해 위대한 교회 음악을 많이 남겼다.

「가톨릭 성가」에 실린 헨델의 곡으로는 83번 ‘주 찬미하라’, 128번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 484번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있다.

83번 ‘주 찬미하라’의 원곡은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3부 합창곡 ‘보라 승리의 용사가 돌아온다’이다. 헨델은 32편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는데, ‘유다스 마카베우스’는 ‘메시아’와 함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곡은 이스라엘의 민족 영웅 유다의 활약상을 담았다. 하지만 성가로 재탄생하면서 가사는 시편 117편으로 바뀌었다.

라틴어 가사 첫 구절은 ‘주님을 찬미하라’에 해당하는 ‘Laudate Dominum’이다. 이 시편은 워낙 유명해 많은 노래로 만들어졌는데, 모차르트 역시 동명의 명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484번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선율과 완전히 일치하는 헨델의 곡은 찾을 수 없다. 가장 비슷한 곡은 헨델의 대표곡 ‘메시아’ 중 제2부 합창곡 ‘머리 들라’이고, 제1부 테너 레치타티보 ‘내 백성을 위로하라’의 반주 부분도 약간의 유사성이 있다. 따라서 영국의 음악평론가 제임스 라이트우드(James T. Lightwood·1850~1944)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는 헨델에게서 힌트를 얻은 미국인(로웰 메이슨)이 작곡했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바흐와 헨델은 같은 나라에서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생전에 교류는 전무했다. 다만 두 사람의 기묘한 공통점이라면 둘 다 50대에 백내장을 앓아 작곡이 어려워지자, 존 테일러(John Taylor)라는 영국인 안과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것. 두 명 모두 수술 결과는 끔찍했다. 바흐는 백내장 수술을 두 번 했는데, 두 번째 수술 직후 열이 났고 결국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헨델은 수술 후 실명 상태로 살다가 바흐 사망 9년 뒤 죽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음악의 아버지’, ‘음악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지니게 됐을까? 두 사람 모두 후대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이같이 큰 의미를 담은 별명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여자도 아닌 헨델이 ‘어머니’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저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게 되니 구색을 맞추기 위해 헨델에게는 ‘어머니’라는 별명을 붙이게 됐다는 설이 있다. 또 두 사람의 음악적 특색에 맞게 지어진 별칭이라는 설도 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