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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기분전환의 중요함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5-17 수정일 2021-05-18 발행일 2021-05-23 제 324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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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어
좋은 것 나쁜 것 선택할 수 있기에 즐겁게 살려면 나쁜 것은 버려야

“에라 기분이다~”, “기분 좋다”, “기분 나쁘다”, “기분이 왜 이래” 등 기분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분에 대하여 갖는 편견은 가벼운 것 진중하지 못한 것 등등의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기분은 아주 중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리 강하지 못하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경향이라 기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심리학자 테이어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10일간 했습니다. 하루 중 다섯 차례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마다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 오후보다는 오전에 덜 심각하게 느끼고 긴장 피곤 상태일 때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세상사가 다 즐거워 보이지만 기분이 나쁘면 기도도 안 되고 입맛도 살맛도 없어집니다. 따라서 기분을 관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기분을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정도일까? 강의 때 질문을 하면 다양한 시간을 말합니다. 10분부터 몇 시간까지. 답은 3초입니다. 그러면 다들 “그럴 리가?” 합니다만 사실입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이 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기분 나빴다가 좋아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 이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부부가 대판 싸웠습니다. 남편은 밖으로 나가고 부인은 이불을 쓰고 누웠습니다. 누워서 생각해보니 남편이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한 것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시간이 가면서 분노가 치솟고 이혼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져 갑니다. 분노를 키운 탓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슬그머니 들어오더니 식탁 위에 무엇인가를 놓고 다시 나갑니다. 부인이 일어나서 보니 웬 봉투 하나가 놓여 있더랍니다. 열어보니 남편의 손편지가 있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여보 미안해~ 이걸로 기분 풀어”라고 써 있고 100만 원짜리 수표도 있었습니다.

자, 기분이 좋아지는데 걸리는 시간 얼마일까요? 이 질문을 하면 다들 까르르 웃습니다. “우리 남편이 10만 원이라도 주면 소원이 없겠어요.” 자매님들의 이구동성 대답입니다.

이렇듯이 사람의 기분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내가 보기 싫은 사람을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지만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의 마음이 이런 것은 사람의 마음이 ‘어린아이’ 같기 때문입니다.

기분은 내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분 나쁜 것을 생각하면 기분 나빠지니 기분 좋은 것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가는 나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상담하러 온 분들 중에 자기를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불쾌한 것을 손에 움켜쥐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는 것인데 답은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버리라고 하면 어떻게 버릴 수 있냐고 더 움켜쥐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 답이 없는 분들입니다.

내 머릿속에 기분 나쁜 것들을 불러들이지 말고 기분 좋은 것들만 초대하세요. 즐겁게 사는 아주 간단하고 좋은 방법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