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오너라 / 한정민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1-05-12 수정일 2021-05-12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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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그 ‘감사함’을 나누고 싶어서 “네” 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돼 미사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총회장님과 신부님, 신자분들과 ‘모든 것이 멈춰있어 다들 힘들어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경험상 힘든 상황에서 다른 이들의 기도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신부님 강론 말씀을 나누고 지역 고리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비대면 축제’ 요한복음 성경 쓰기도 진행했습니다.

봉사하며 느끼는 기쁨도 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몸도 아프고 봉사가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흐르는 대로 마음이 충만하지 못할 때는 조금씩 내려놓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빠진 빈자리는 또 다른 이의 충만한 열정으로 채워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미사가 있다가 없다가 하는 실정에서, 성당을 자주 찾지 않다 보니 기도도 멈추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어려운 마음으로 성당을 다니던 어느 날, ‘어떤 처지에서도 기도는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9일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로 주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니 모든 것에 지쳐 있던 저를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저를 불러주신 주님은 이 ‘신앙에세이’를 통해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요. 당신 안에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함으로 채워주시니 감사합니다!

제 안에는 늘 돌아온 탕자의 작은아들과 큰아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두 아들이 주님께 머무는 시간은 다를지라도 그 충만함의 크기는 같지 않을까요. 그렇게 당신의 충만함을 한 번이라도 느낀다면 언제든 당신 곁에 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지쳐 있던 저에게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님. 당신께 머물던 시간,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 그 모두 제게는 늘 당신의 그늘 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떤 상황 속이든,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성호경 한 번에도 진심을 담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제 마음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나에게 올 수 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큰 사랑으로 채워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무는 시간은 짧더라도 그 충만함은 끝이 없음을 압니다. 많은 것이 부족한 제게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오너라’고, 충만하게 만들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