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 여는 김유리 작가
“초는 빛으로 공간 채우고 사라지기에 더 소중하죠”
“작은 초 한 자루가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고, 공간을 빛으로 채우면서 분위기를 내죠. 또 초는 타서 사라질 것이라 더욱 소중하기도 하고요.”
김유리 작가의 초 예찬론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그리스도교 미술사 전공으로 인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 작가는 이론과 실기 능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드문 실력자다.
김 작가와 초와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녀의 첫영성체를 준비하면서 본당에서 세례 초 강습을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타 본당 신자들까지 몰려왔다.
“사실 초 작업은 취미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 전공자가 할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전례 초를 만들다 보니 새롭게 배워야 하고 만들어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전례에 대한 배움을 바탕으로, 초 도상을 연구하고 도안을 만들어 작업하고 전시를 여는 등 많은 일들을 해 왔다. 현재 Studi O’Juli 전례미술연구소를 운영해 전문 강사와 교육생을 길러내는 한편 천호성지 가톨릭성물박물관 전속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는 2016년부터 ‘소중(消重)-사라지는 것의 가치’라는 주제로 조각 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왜 태워버릴 것에 정성을 쏟느냐는 질문을 하세요. 그럴 때 전 ‘죽을 건데 왜 사세요? 꽃은 시들 걸 알면서도 사시잖아요’라고 반문하죠. 초라는 재료가 주는 울림이 있어요. 초는 기도와 묵상의 도구이므로 타는 동안만큼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