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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화를 키우지 마라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2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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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는 것이 무슨 이익이 될까?’ 
마음 안의 손익계산기를 작동시켜
무익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타오르는 분노 누그러트릴 수 있어

질 볼테 테일러(Jill Bolte Taylor) 박사는 “분노를 키우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분노를 키우면 나타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레드포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적대감이 큰 사람들은 자기방어라는 인식 하에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 하려는 충동이 강하다. 그리고 대처 능력이 약해서 결국은 스스로 소외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말처럼 내 안에 화가 많으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칫 고독사 할 수 있습니다.

또 마음 안에 분노가 가득한 사람들은 건강도 좋지 않습니다. 작은 자극과 스트레스에도 신체적·생리적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나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면역력도 약해져서 작은 병에도 쉽게 걸립니다. 분노가 가득한 사람들은 상황에 대한 판단력도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심리적으로 ‘터널비전’ 현상이 나타납니다. 넓은 시야로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터널 끝을 보듯이 시야가 좁아져서 오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고 사람들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세우고는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분노를 키우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화를 키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가 화가 났을 때 우리 마음 안에서 화가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강의 때 교우분들께 “화가 나면 몇 시간이나 지속되나요?” 물으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한 달이 간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질 볼테 테일러 박사의 관찰에 의하면 “화가 났다가 가라앉는데 걸리는 시간은 90초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면 다들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들 하십니다.

화가 풀리는데 90초밖에 안되는데 왜 긴 시간 화가 나는가? 그 이유는 화를 키워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하여 분노하는 시간은 90초밖에 안되지만 화를 내다보면 다른 것들도 생각나서 분노가 기하급수적으로 배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마치 지뢰밭의 폭탄을 하나 터트리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타오르는 분노를 누그러트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마음 안의 손익계산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인간은 본시 자기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인데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네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 너에게 무슨 이익이 될까?’라고 자기 질문을 하면 마음 안의 손익계산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손익을 따집니다. 그리고는 화를 내는 것이 무익하다싶으면 분노를 누그러트린다는 것입니다.

화를 키우는 것은 불장난 하는 것과 같아서 결과는 참담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억울하다 하더라도 화를 키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