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존엄성을 수호하는 사람들 (2) 아동 –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과 한국SOS어린이마을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2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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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올해 생명 주일(5월 2일)을 맞아 ‘존엄성을 수호하는 사람들’ 기획을 격주로 3회 연재한다. 존엄성을 위협받는 여성·아동·노인의 존엄성 수호를 위한 곳을 찾아 활동을 알리는 기획이다. 이번 편에서는 ‘아동’의 존엄성 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과 한국SOS어린이마을(서울)을 찾았다.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은 예수회가 설립한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수사)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한국SOS어린이마을은 대구대교구를 기반으로 한 국제 NGO다.

■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 가정·사회에서 존엄성 위협받은 아동의 울타리와 언덕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라 고유한 인격체”

부모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학대 등 고통받는 아동 돌봐

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 지원 퇴소 후에도 계속 교류 이어 가

“다 엄마 마음이에요.”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파란꿈터 원장 강효봉 수녀(마리아 수녀회)는 36년간 꿈나무마을에서 함께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때 혼자 39명을 돌보기도 했던 강 수녀는 가정과 사회에서 존엄성을 위협받던 아이들의 엄마로 아이들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퇴소한 아이들도 마을을 찾아오고 선생님들도 혼주가 돼 주는 등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하느님이 맡겨 주신 아이들과 사랑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성원 모두가 한 가족인 것이다.

꿈나무마을은 지난 1975년, 부모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꿈나무마을’은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특히 학대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울타리와 언덕이 돼 준다. 꿈나무마을은 여자 청소년들을 위한 파란꿈터와 남자 청소년들을 위한 초록꿈터, 영유아들을 위한 연두꿈터, 일시 보호 등을 위한 서부아동상담치료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신생아부터 고등학생 청소년 등 3만7000여 명이 돌봄을 받았고, 지금도 여자 청소년 64명과 남자 청소년 60명, 영유아 48명이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마을에는 24시간 거주하는 마리아 수녀회 수녀들과 예수회 신부·수사뿐 아니라 자립 지원 전담 요원, 생활 지도원 등 180여 명의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의 존엄성 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꿈나무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원가정에서 잘 자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아이들을 부모 소유물로 생각하지 말고 마을에 맡겨 달라고 당부한다. 지난해부터 마리아 수녀회에 이어 꿈나무마을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예수회의 김건태 수사(초록꿈터 부원장)는 “아이들이 더는 들어오지 않아 마을이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저희가 잘 키우겠다”며 “아이들을 낙태하지 말고 데려오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수사는 아이를 학대하는 가정에 대해서도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고유한 존재,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고 원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관계자들이 5월 7일 아동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꿈나무마을 파란꿈터 심상국 사무국장, 초록꿈터 부원장 김건태 수사, 파란꿈터 원장 강효봉 수녀, 파란꿈터 이나리 자립지원팀장.(왼쪽부터) 취재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으며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다.

마을에서 10년 동안 함께하고 있는 파란꿈터 심상국(다미아노) 사무국장도 “말도 못할 정도로 처참한 환경에서 오는 아이들이 많다”며 “부모가 아이들을 잘 보호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목숨을 위협받기도 하기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꿈나무마을은 영유아 때부터 청소년 시절까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마을을 떠난 뒤에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동반하는 방법들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직원들이 아이들 퇴소 후에도 부모로서 교류하는 것은 물론 ‘꿈플러스’, ‘카페 알로’ 설립 등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고 있다. 꿈플러스는 꿈나무마을에 살고 있거나 퇴소한 아이들이 취업 정보 등을 얻고 공부할 수 있는 자립 공간으로 5월 말 개소할 예정이다. 카페 알로는 상담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청년 대안 공간으로, 올해 2월 문을 열었다.

2001년부터 꿈나무마을에서 함께해 온 파란꿈터 이나리(소화데레사) 자립지원팀장은 이러한 활동에 대해 “오로지 한 명 한 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꿈나무마을이 존재하는 한 계속 아이들의 울타리와 언덕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351-2004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 파란꿈터, 02-351-2114 초록꿈터, 02-351-2267 연두꿈터, 02-385-5600 서부아동상담치료센터

■ 한국SOS어린이마을 – 평생 어머니·자녀 관계 맺으며 대안 양육 가정 제공

“모든 어린이,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야”

독신 약속한 SOS어머니와 5명 내외 자녀 한 가족 이뤄

부모 이혼이나 학대로 받았던 상처 치유하며 안정된 삶 살아

“엄마, 엄마~! 있잖아~”, “엄마, 나 봐봐.” 5월 7일 오후 5시, 서울SOS어린이마을 내 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엄마’ 이필희(로즈마리·49·서울 신월1동본당)씨를 찾는다. 고3 수험생부터 5살 막내까지 자녀 7명을 챙겨야 하는 이씨는 온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 이씨에게 모든 자녀는 마음으로 낳은 아이다. 2008년부터 결혼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SOS어머니’로서 총 16명을 키워 냈다.

이렇게 독신 생활을 약속하고 평생 아이들과 가정을 꾸리며 사는 엄마는 이씨뿐만이 아니다. 대구·서울·순천 등 한국SOS어린이마을에서는 SOS어머니들이 각각 5명 안팎의 아이들과 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나 학대·유기 등으로 존엄성을 위협받던 아이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이들이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보호·양육하고 있다. 신생아부터 대학생까지 현재 대구·서울·순천SOS어린이마을에서는 각각 50명 내외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대안 양육 가정’에서 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삶을 가꿔 나가고 있다. 올해까지 대구·서울·순천SOS어린이마을에서는 각각 802명, 559명, 498명의 아이들이 SOS어머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

이처럼 아동의 존엄성 수호를 위해 대안 양육 가정을 꾸리고 있는 한국SOS어린이마을에서는 어머니와 자녀뿐 아니라 형제·자매 관계도 형성되고 있다. 마을 안 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진짜 가족이 돼 서로 꾸준한 연을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SOS어머니의 사랑과 존중을 받은 아이들은 각 가정에서 함께 자란 동생들을 위해 학비를 지원해 주는 등 독립 후에도 사랑으로 챙기며 보살피고 있다. SOS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에도 이들은 상주가 돼 함께 곁을 지키는 등 진짜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서울SOS어린이마을 김도현(가밀로) 원장은 이러한 대안 양육 가정에 대해 “아동의 존엄성은 해체된 가정 등에서는 지켜지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받았던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해소하고 안정을 되찾아 주려면 ‘가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SOS어린이마을 나눔기획국 사무국장 배재민 신부도 “원가정이 더 단단해져야 하는데, 갈수록 가정은 깨지고 미혼모는 많아지고 학대받는 아이도 많아지고 있다”며 “어린이가 자라는 데에 최선의 장소는 가정이고, 모든 어린이는 가정 안에서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는 마을 이념이 그래서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S어머니 이필희씨가 5월 7일 서울SOS어린이마을 내 자신의 가정에서 5살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SOS어린이마을에서는 SOS어머니들이 각각 5명 안팎의 아이들과 한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

한국SOS어린이마을 대표 이사 이종건 신부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어린이’라고 하신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의 설립 이념에 따라 SOS의 사명과 본질을 더 깊이 고찰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SOS가정 안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랑으로 보호·양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SOS어린이마을 설립은 SOS어린이마을 창설자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가 하 마리아 여사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추진됐다. 오스트리아 출신 선교사 하 마리아 여사는 1960년 말 당시 대구대교구장 서정길 대주교 요청에 따라 대구에서 ‘가톨릭근로소년원’을 운영했고, 1962년 잠시 오스트리아로 귀국했을 때 한국에 SOS어린이마을을 짓고 싶다고 인터뷰했다. 이를 본 그마이너 총재는 이후 한국을 방문, 서 대주교와 만났고 이때 대구에 SOS어린이마을 설립이 결정됐다. 현재 SOS어린이마을은 전 세계 136개국에 있고, 한국에는 대구·서울·순천에 있다.

※문의 053-984-6928 한국SOS어린이마을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