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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TV 속 가상 가족 상담] (하) 고부 갈등· 부모자녀 갈등

정리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1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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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 136항에서 ‘대화’는 가정생활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하며 키워나가는 데 필요한 ‘특별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같은 권고 137항에서 “서두르지 말라”며 “마음의 여유를 지니라”고 당부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이서원(프란치스코) 소장과 함께 스크린 속 가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랑을 표현하는 참된 대화법을 살펴본다. 지난 호(5월 2일자)에서 ‘부부 갈등’에 관해 짚어본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고부 갈등·부모자녀 갈등’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 상황1. 시어머니 예정과 함께하는 부부의 식사자리. 방송 일을 하는 며느리 혜령이 체중 관리하느라 밥을 적게 먹는다. 그러자 음식을 잔뜩 해온 시어머니는 서운함에 한 마디를 한다.

예정: (밥을 덜어 먹는 혜령을 쳐다보며) 에~ 고거 먹게?

혜령: 네.

예정: 아니 기껏~ 잘 좀 먹으라고 힘들게 했구만!

혜령: 내일 얼굴 부어요~

예정: 밥살이 올라야 예쁘지~ 체력이 능력 아니야?

혜령: 반찬 먹을게요.

예정: 하~ 요즘 애들은 비루먹은 망아지마냥 삐쩍들 말라서~ 말도 있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중)

-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이 붙었어요.

▲ 이서원 소장(이하 이 소장): 한마디로 ‘어설픈 시어머니 밑에서는 며느리 노릇하기도 참 힘들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른이라고 다 성숙한 건 아니죠. 어른은 동양적으로 미덕이 있는 사람입니다. 덕은 사람을 품는다는 것이고 금지사항이 적다는 뜻이고요. 품어준다는 건 이해해준다, 헤아려준다, 보살펴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어머니가 불도저예요. 자기가 음식 열심히 준비한 것만 생각하죠. 그러면서 며느리의 상황이나 처지, 마음에 대해서는 헤아리려고 하지 않고 며느리에게 부담을 줍니다. 밥을 적게 먹으려는 사람에게 밥을 많이 주면서 안 먹는다고 비난까지 하고 있어요. 심지어 요즘 세대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이는 미숙하고 덕이 없는 것입니다.

고집과 소신은 한 끗 차이예요. 고집은 자기 기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소신은 다른 사람 기준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 고집은 다른 사람의 기준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며, 자기 선함을 무기로 강요하는 것이죠. 반면에 며느리는 현명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맞서는 대신 설명을 하고 있어요.

- 그럼 어떻게 대화해야 밥상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 이 소장: 결혼해서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법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준비가 필요 합니다. 이럴 때는 어른이 먼저 어른스러운 대화를 하면 어떨까요. 일단 “방송일 하면서 식단조절 하기 어렵지?”라고 며느리 입장을 헤아려주며 “식성도 모르고~ 이것저것 챙겨왔다만 어떤 게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고 하면 며느리는 공감해주는 어머니께 편안함을 느끼고 감사 인사를 할 겁니다.

좀 더 나가 며느리가 “이게 참 맛있다”고 할 때 어머니가 “에고~ 뭐라도 하나 입맛이 맞는 게 있어 다행이다. 복권 당첨된 기분이다~ 앞으로는 그걸 좀 더 해올게~”라고 한다면 금상첨화죠. 이럴 땐 좀 ‘오버’ 해도 됩니다.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화면 캡쳐

■ 상황2. 아버지 돌세는 첫째 아들을 유난히 예뻐하며, 둘째 아들 예슬과는 애증관계다. 어렸을 때부터 차별당한 예슬은 어른이 돼 아버지에게 서운함을 표출하는데…. 이들의 관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돌세: 너만 보면 화딱지나!

예슬: 어려서부터 저 미워하는 이유가 뭐예요?

돌세: 니가 언제 내 말 들은 적 있냐? 지 애미 말만 껌뻑했지~ 결국엔 되지도 못할 거~ 가수 한다고 대가리 돌릴 때부터 화딱지 났어!

예슬: 아버진 그 새끼만 자식이잖아. 평생 그 새끼만 짝사랑 하다가 버림 받으세요!

돌세: 이런 싸가지! 어따 대고 뚫린 주둥이라고 나불대! (손이 올라간다)

예슬: 저 중학생 아닙니다. 아버지한테 얻어맞고 울던 어린애 아니라고요!!!

돌세: 놓으라니까! 이런 싸가지!

( KBS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중)

-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심한 말이 오가네요. 이 관계 괜찮은 걸까요?

▲ 이 소장: 성숙한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은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지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별 없고 평등해야 하는 게 가정입니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차별과 배제, 모멸과 분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만든 당사자가 아버지죠.

이 둘의 관계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습니다. 아버지가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차별했죠. 심지어 항의하고 분노하는 둘째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권위로 찍어 누르려 합니다. 이게 어른이 된 아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겠죠. 이대로 가면 흑백 대결처럼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가 필요합니다. 먼저 아버지가 작은 아들에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죠. 자녀를 키울 때 중요한 원칙은 아이 특성에 맞게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수를 꿈꾸는 아이는 그 길을 응원해줘야 합니다.

- 둘째 아들은 가수가 되고 싶었나 봐요.

▲ 이 소장: 우리 사회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직업이 중요하고 돈 있고 권력까지 있으면 더 좋아하죠. 그래서 똑똑한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선호도가 굉장합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게 생겼다”, “똑똑해 보인다”는 칭찬에 부모는 자부심을 갖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가치가 스마트함에 편향돼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아버지도 공부 잘하는 형에 대해 선호도가 높아진 거죠. 이게 보통의 가정입니다. 보통의 가정은 사회적 가치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불똥이 주로 자녀들한테 튄다는 겁니다. 그럼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나’는 열등한 존재, 부모에게 차별받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럼 예쁨 받는 존재에 대해 반발감이 들어요. 싫은 거죠.

- ‘분노 공화국’이 안 되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 이 소장: 네, 부모에게 성숙성이 요구됩니다. 앞서 봤던 사례나 지금 사례나 마찬가지입니다. 시어머니나 좋은 부모, 좋은 남편과 아내는 되는 게 아니라 되어 가는 겁니다. 가정에서 힘 있는 사람이 잘 해야 가정이 화목하죠.

부부는 첫 마디 하는 사람이 잘해야 합니다. 비난하고 지적하고 상대방을 작아지게 하는 말을 하면 안 돼요. “당신이니까 이 정도 하는 거지~”, “당신 요즘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상대를 크게 만드는 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어 좋은 말들이 따라 나오죠.

KBS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화면 캡쳐

정리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