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부부의 날에 만난 사람 - 부부들의 동반자, 손엘디·배금자씨 부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1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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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 비결요? ‘사랑하겠다’는 결심이죠”
사랑받겠다는 욕심에서 가정 내 불협화음 생겨나
하느님과 관계 돈독해지면 배우자와도 더 가까워져

별거·이혼 위기 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의 동반자, 손엘디·배금자씨 부부가 5월 9일 자택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다.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으며 인터뷰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다.

“내가 행복해야죠.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이 있을 수 있을까요?”

‘5월 21일,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부부의 날을 맞아 만난 손엘디(비오·68·서울 홍제동본당)·배금자(가타리나·69)씨 부부는 황혼 이혼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평생 짓눌려 살다가 자신을 찾고 싶어 나이가 들어 이혼하거나, 자신은 버린 채 가족만을 위해 헌신하다가 결국 가정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생긴다는 의미다.

예수회센터에서 현재 ‘나를 찾아가는 화목한 가정’ 강의를 진행하고, 20여 년간 부부 500여 쌍이 별거·이혼 위기를 극복하도록 동반해 온 이들 부부는 “부부들이 ‘그럼 나는 뭐야?’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며 “나를 찾아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행복해지면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이러한 행복은 사랑을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만난 부부 500여 쌍을 포함해 가정 내 불협화음은 다 ‘사랑받겠다’는 욕심에 일어나며, 이 같은 생각과 방식을 전환하면 “가정 문제 해결법은 너무나 간단하다”는 뜻이다.

손엘디·배금자씨 부부는 “사랑받겠다는 생각을 사랑하겠다고 바꾸기만 하면 그 가정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행복한 가정으로 변화한다”며 “사랑받으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때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사랑을 주는 데에 있어서도 “상대방에 대해 잘 알아야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사랑해 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남녀가 서로에 관해 열심히 공부하고 알아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 부부는 “부부 관계와 가정의 평화, 행복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얼마나 하느님과 관계가 깊고 단단한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자신과 배우자가 하느님과 잘 연결돼 있고 하느님을 향해 달려가면 자신과 배우자 역시 서로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 계획을 잘 알아듣는 것”이라며 “저희 부부는 이를 위해 최근 책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 사랑」을 열심히 읽는 등 ‘몸 신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엘디·배금자씨 부부는 1978년 1월 결혼해 함께한 시간만 40년이 훌쩍 넘은 잉꼬부부다. 과거 이혼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사이가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를 개선해 그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부부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동반자가 돼 주고 있다. 1999년부터 12년간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한국 책임자 부부로 일했고, 20여 년간 700회 넘는 부부 관련 강의를 했다. 가정에 관한 경험담을 담은 책 13권을 발간했고,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부들을 위해 밤낮없이 시간을 내 그들의 손을 잡아 주고 있는 이들 부부는 현재도 매일 두세 쌍의 고민을 전화로 들어 주거나 한 쌍을 직접 만나 부부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아 가고 있다. 위기의 부부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가정이 사랑 넘치는 가정으로 변화할 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다는 이들 부부는 ‘한 가정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가정이 태어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기여를 하자’는 소명 의식과 목표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