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이인평(아우구스티노·시인)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1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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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올 어머니, 어머니께 봉헌한 분홍빛 제라늄도 수국도 기쁨으로 만개했습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오월이 열릴 때마다 저희 마음도 푸르고 싱싱하게 열립니다. 사랑과 사랑이 마주할 때처럼 어머니의 성심과 저희의 신심이 꽃처럼 환하게 열립니다. 세상은 언제나 소란하고, 고통 중이고, 욕망에 휩쓸려가지만, 어머니의 고요한 표정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평화로 밀려와서, 어머니를 뵈올 때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심정이 되곤 합니다. 사실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은 이미 정지되어 꽃처럼 환하게 고요할 뿐입니다.

저희의 위로자이며 전구자이신 어머니,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참으로 삭막했을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주님을 낳으시고, 기르시고, 주님과 함께 고난을 견뎌내셨기에 이토록 우리는 어머니와 함께 주님의 사랑에 안겨 영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깊이 깨닫습니다.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주님과 성모님의 자애와 사랑을 따를 수 없기에, 저희는 각자가 지닌 온갖 고난 속에서도 오로지 주님과 성모님께로 안겨들 수 있으며, 언제라도 마침내 주님과 성모님을 따라 온갖 고난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과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주님 부활 이후 맞이하는 화창한 성모 성월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인생도 주님과 성모님의 사랑에 힘입어 나날이 아름다워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머니, 세상은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을 겪고 있습니다. 생존의 절박함 속에서 공포와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상황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기상 이변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미래의 불안이 점점 가중되고 있습니다. 인간적 상식과 의미들이 가치관의 혼란과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몸과 마음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불안과 고통 속에서 욕망과 갈등과 적대감이 점점 과격해지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인간다운 삶에서 차츰 멀어지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결국 스스로 파멸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성모님,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이미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더없이 사랑하셔서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도록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을 낳게 하시고 키우게 하셨으며, 우리를 인도하게 하셨습니다.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이미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당신을 따르는 우리를 천상 낙원으로 이끌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을 모시고 사는 한, 그 어떤 두려움과 불안과 근심 걱정에서 해방되었음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이렇듯 저희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품고 이미 승리하신 주님을 따르며,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하루하루 새 삶을 맞이합니다.

어머니, 사실 세상은 언제나 희망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고난이 클수록 희망도 더욱 커져서 한목숨 다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인들이 늘어나서, 마치 수술 후 통증이 아물어가듯이 어느새 여기저기 사랑의 꽃이 피어나는 것을 목격합니다. 주님과 성모님이 함께 하시는 한, 세상은 언제나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저희는 굳게 믿고 따릅니다. 주님과 성모님의 은총으로 오월이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이제 저희는 마음을 모아, 저희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는 성모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성모 성월,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어머니께 맡기오며 기쁜 마음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성모님, 사랑합니다! 아멘.

이인평(아우구스티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