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찐한’ 하느님 체험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5-11 수정일 2021-05-11 발행일 2021-05-16 제 324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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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돌아오면 눈물이 나는 사람이 있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이 그랬다. 그저 교회의 똑똑한 어르신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난해 10월 있었던 정 추기경의 주교 서품 50주년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는 참 솔직하고 유쾌한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지난 2월 서상범 주교와의 환담을 취재하고 돌아가는 길에는 괜스레 친구에게 취재 후기를 전하며 버스 창가에서 눈물을 닦았다. 정 추기경이 서 주교에게 건넨 말들 때문이었다. 그 말들 속에는 그가 오랜 세월 짊어졌던 짐들이 있었고 동시에 힘든 시간들을 기도로 단련해온 긴 세월이 담겨 있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예수님이 옆에 있어~ 그것만 믿고 살자고!” 이렇게 말해주는 어른이 있어 든든했고 삶에 무던한 그가 부럽기도 했다. 이런 할아버지가 우리 교회 큰 어른이라 참 든든했고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말고 하느님 뜻에 맡기라는 그 단단함과 당당함이 부러웠다. 평소 하느님 체험을 강조했던 정 추기경을 통해 하느님을 좀 더 ‘찐하게’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정 추기경은 마지막까지 각막을 기증하며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갔다. 그가 선종한 후 그를 보고 용기를 낸 많은 이들이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생명나눔 캠페인(장기기증)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정 추기경을 다시 볼 순 없지만, 그가 바라던 세상을 만들어 갈 수는 있지 않을까.

누구든 두려움 없이 다가올 수 있는 포근한 ‘작은 별’이 되고 싶다던 정진석 추기경. 혹 누구든 삶이 힘들어질 때면 그가 했던 이 말을 떠올리면 어떨까. “어떤 때는 방법이 안 보여. 그래도 확실히 하느님이 보여주실 때가 있다우~”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