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 (3)청소년기- 성교육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5-03 수정일 2021-05-04 발행일 2021-05-09 제 3244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교육’은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부모는 삶 속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성·생명·사랑 대화와 실천을 통해 자녀에게 책임 있는 성적 태도와 생명의 소중함, 자기 증여적인 사랑의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다.

이 같은 청소년 성교육을 그리스도인 가정에서는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교회 성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에 참여한 후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오숙희·위재홍씨 부부 가정, 김기정·맹 힐라리오씨 부부 가정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 오숙희·위재홍씨 부부 가정

성적 특성 모르면 자존감 높이기 어려워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함께 배워 나가야

오숙희씨가 5월 1일 아들 위도원군과 틴스타 교재를 보며 남녀 생식력에 관해 알려 주고 있다.

“제 자신이 남성의 성적 특성을 알게 됐고, 그렇게 알게 되면서 저와 다른 성별인 남편과 아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올 초 한국틴스타(대표 양주열 신부)가 운영하는 ‘성인을 위한 틴스타’ 온라인 수업을 들은 오숙희(크리스티나·46·서울 상계동본당)씨는 수업 후 달라진 점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12주 동안 매주 1회 2시간씩 남녀의 성호르몬부터 생식기 구조, 성적 특성 등을 배우며 자신의 성뿐만 아니라 이성에 대해 알게 됐고, 몰랐던 부분을 깨달으면서 남성인 배우자와 첫째 자녀의 존재를 더 잘 헤아리게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영화 ‘언플랜드’를 본 오씨는 자신이 그동안 자녀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알려 줄 수 없을 만큼 성과 출산에 무지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배우자 위재홍(가브리엘·46)씨와 결혼해 위도원(미카엘·17)군, 위효원(소화데레사·11)양을 낳았지만, 낙태 실태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그 영화를 보며 오씨는 자신이 여전히 성교육에 민망해 숨소리도 내지 못하던 사춘기 시절에 머물러 있음을 자각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오씨는 성·생명·사랑을 알려 주는 ‘성인을 위한 틴스타’에 참여했고, 지난 3월 수료증을 받았다.

틴스타 수업에 참여한 오씨는 그때그때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자녀들에게 전해줬다. 남녀 호르몬 변화에 대해 배운 날은 스트레스가 남성 성적 욕구를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가르쳐 줬고, 사랑에 관해 수업한 날은 완전한 사랑이란 계산하거나 따지고 욕구 충족하는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없이 내어 주고 희생하는 고결한 사랑이라는 점을 알려 줬다. 수업 내용을 공유하며 현실에서 성범죄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토론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녀들에게 성교육 내용을 공유하면 자녀들은 거부하거나 흘려듣지 않았다. 아들 위도원군은 특히 자신의 생각도 나눴다. 영화 ‘언플랜드’를 봤을 때도 그는 “미숙한 사랑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고 힘들었다”며 소감을 전했고, 몽정 등 자신의 성적 상황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부부 역시 처음으로 아들에게 “자위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던 9년여 전과는 달리 지금은 당황하지 않고 성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성 관련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하고 있는 오씨는 “부모가 삶 속에서 성·생명·사랑을 알고 실천하며 대물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부가 남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자녀들에게 가르쳐 줘야 하고,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을 내어 주며 사랑할 수 있도록 평소 일상 속에서 부부가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뜻이다.

오씨는 자신의 성적 특성을 모르는 사람은 자아 존중감이 커지기 어렵고 이성의 성적 특성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없다며 부모가 가정 안에서 자녀들에게 남녀의 성적 특성을 알려 주고 또 함께 배워 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 김기정·맹 힐라리오씨 부부 가정

성에 대한 가족 간 열린 대화와 공감으로

성·생명·사랑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 확립

김기정씨가 5월 2일 아들 맹기영(가운데)·맹우영군과 함께 감정 변화, 성 관련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열린 대화와 공감.’

17살 맹기영(토마스 아퀴나스)군과 15살 맹우영(스테파노)군, 두 자녀를 둔 김기정(클라라·45·수원교구 성남 분당야탑동본당)·맹 힐라리오(45)씨 부부는 가정 내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이를 꼽았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신체적 발달과 생리·심리적인 변화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 가정에서는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성·생명·사랑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신뢰·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 올 초 ‘성인을 위한 틴스타’ 수업을 들은 김씨는 자녀들과 가정에서 성에 대해 개방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씨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자연주기를 자녀들에게 설명하고, 자녀들의 감정 주기를 물으며 자녀들의 일대일 성 상담사가 돼 주기도 한다. 특히 야한 동영상이나 동성애자 관련 논란 등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에도 회피하지 않고 답해 주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과 성에 관해 열린 대화를 하는 데에 김씨는 틴스타 수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가정 내 부모와 자녀의 열린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틴스타 교육을 들으며 부모로서 자녀들과 성적인 내용들을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게 됐고, 생명의 소중함과 남녀 몸, 사랑의 의미 등을 재인식하면서 자녀와 인간 대 인간, 생명 대 생명으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별히 김씨는 “아이들 생각을 ‘어리다’고 하거나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주입하지 않고 무슨 이야기든 경청하고 있다”며 “성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하면서 부모인 저희도, 자녀도 몰랐던 부분을 함께 알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정 내 열린 대화와 공감은 김기정·맹 힐라리오씨 부부 가정이 가정 밖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가정 내 생명의 소중함과 관계의 중요성을 체감하면서 가정 밖 사람들까지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정 공동체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라며 “가정 안에서 서로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다른 사람들까지도 더욱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가정에서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편안하고 솔직한 눈높이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대화와 공감으로 자연스럽게 성 의식을 키워 주고 타인과의 만남도 원만히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